또 옷 색깔만 보고 찍으면 지역의 미래 없다
민주당 공천 갈등 후유증 증폭 역량 있는 새 인물 발굴엔 뒷짐 맹목적 투표 지역발전에 걸림돌 내일부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운동이 본격 개시된다. 전북에선 254개 선거구에 455명이 출사표를 내걸었다. 평균 경쟁률로 보면 1.8대1로 역대 지방선거 중 최저치다. 이미 51곳에서는 투표도 없이 당선인이 정해졌다. 도의원 후보 22명과 기초의원 후보 29명 등 모두 51명이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이렇게 무투표 당선자가 많은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최고치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사상 최대 접전을 펼쳤던 대통령 선거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인데다 전북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민주당 결집세가 강했던 만큼 다른 당에서는 후보를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 풍토는 지방 정치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지역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견제 없는 지방 정치, 투표 없는 지방 선거는 정치적 퇴행과 지역의 퇴보만 부추길 뿐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을 보면 감동도 없고 혁신도 없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물갈이 폭은 좀 컸지만 선거 브로커와 여론조사 조작 파문, 후보 자격 심사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 유력 인사 입김설, 계파 줄 세우기 등 뒷말만 무성한 채 개혁과 혁신은 방향을 잃었다. 오히려 공천과정에서 갈등 증폭과 반발, 역선택, 탈당, 무소속 출마 등 많은 문제점만 드러내고 말았다. 게다가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자 중 78명, 약 30%가 전과자로 드러나 엄정한 도덕성 기준이 무색할 따름이다. 매번 지방선거 과정을 보면 답답함뿐이다. 전북 정치권이 지역정서에만 기댈 뿐 참신한 인물 영입이나 유능한 인재 발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선 인물 면면을 보면 낙후와 쇠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 전북은 오래전부터 소멸 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출생 인구 격감에다 20·30세대까지 대거 고향을 등지면서 군 지역은 물론 시 지역도 위기다. 올해 들어 14개 시·군 중 전주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됐다. 전주도 인구 증가가 정체되더니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13개 시·군이 전주를 떠받쳤지만 이들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하면서 전주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주가 전북 발전의 앵커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이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면 리더십의 변화가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경쟁시대에 미래 비전 능력과 실행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내건 인물과 민주당 공천자를 보면 전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미래 비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견인해 나갈 역량이 있는지 궁금하다. 자방자치의 전도사 격인 이와쿠니 데쓴도 전 일본 이즈모 시장은 “미래 비전이 없는 단체장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초강세가 예견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몇 군데를 제외하곤 민주당 후보가 크게 앞서는 형국이다. 이러한 맹목적인 지역정서는 지역 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누굴 내보내든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 굳이 공들여 역량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영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전북과 14개 시·군이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려면 묻지마 식 투표는 끝내야 한다. 후보의 면면과 인물 됨됨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뭔가 내세울 만한 성과와 업적은 있는지, 지역을 살릴만한 역량과 비전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지고 판단해야 한다. 또 옷 색깔만 보고 찍으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