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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박물관 큐레이터] ③김다이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다이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37)를 지난 13일 미술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달 말까지 선보이는 특별전 <버릴 것 없는 전시>를 기획했다. 다음달엔 전북청년작가전도 선보인다.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여러 의미가 맞물려 인터뷰가 이뤄졌다. <버릴 것 없는 전시>는 인간 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인류세의 관점 너머의 자본세를 집중 조명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세의 정치·경제·사회적 개념이 된 쓰레기와 동시대 예술의 접점을 탐구한 전시다. 김 학예사는 ‘자본이 양산해낸 상품’과 ‘폐기물’을 규정하고, 분류하는 사회 매커니즘과 인간·비인간 타자들의 존재론적 위기 상태를 고찰하기 위해 여러 화법으로 상황을 압축했다. “자본세 시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조명하고 싶었어요. 사회 환경이나 생태 미학은 관념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봐요. 그래서 실천이 더욱 중요하죠. 예술가들은 앞장서서 자본세 시대 기후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요. 자신들의 화법을 통해 유머러스하지만 날카롭게 문제를 바라보고 대중에게 경고하죠. 저는 이런 지점들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별전 <버릴 것 없는 전시>를 위해 꼬박 1년의 시간을 쏟은 김다이 학예사는 지난해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 특별전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실제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 전시의 경우 도립미술관 개관 이래 최초로 국내 주요 미술전문 잡지 ‘아트 인 컬쳐’에도 실려 평단과 대중에게 모두 인정 받았다. 전시 기획자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은 전시를 기획하고 구성했으니 인생 걱정할 것도, 어려울 일도 없을 것 같지만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수록 고민하는 지점이 늘어간다고 했다. “예술은 현실을 비추는 창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창을 깨끗하게 닦아서 사람들과 문화를 향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렇기 때문에 문화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친절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공립 미술관은 생애주기별 모든 연령층의 관객이 찾아오기 때문에 더욱 친절해야 해요. 그래서 늘 전시장 곳곳에 대중친화적인 장치를 배치하려고 노력해요." 그는 미술관 큐레이터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궁금증은 '사랑'이라는 정서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학예연구사나 전시기획자들은 대부분 한 명이 3인분의 역할을 해내야 해요. 전시기획의 첫 단계는 공부이고, 이후 사람들과 소통하고 작가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과정은 매우 치열하죠. 그래서 세상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관심, 미술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세상에 대한 애정으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 문화일반
  • 박은
  • 2024.06.20 18:05

[미술관·박물관 큐레이터] ② 정하나 교동미술관 부관장

좋은 그림을 찾으려면 잘 봐야 한다? 아니다. 잘 들어야 한다. 작가의 말에 경청하고 관람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그림을 보는 공간? 아니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문화 향유의 공간이다. 10일 교동미술관에서 만난 정하나 부관장 겸 큐레이터(39)는 그림과 미술관의 의미를 전복시켰다. 그녀는 미술관이 곧 놀이공간처럼 변모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미술이라는 장르가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보다 부드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큐레이터로 현장에서의 활동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햇수를 거듭할수록 문턱 낮은 미술관, 편안한 미술, 대중에게 친숙한 예술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를테면 지난 2021년 무형문화재와 현대미술 작가를 하나의 콘텐츠로 담아 선보인 ‘아트-잇(Art-it)’은 과거 예술과 지역 예술을 동시대 미술로 연결한 프로젝트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지역 미술계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정하나 큐레이터는 온라인 콘텐츠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당시 지역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정부는 그녀의 기획력에 감탄했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작가와 지역민의 소통을 이끌어냈고, 지역 미술의 자생성과 담론 확장의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의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기반 조성의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기획자로서 인정받았지만, 큐레이터로서 ‘좋은 전시’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큐레이터로서 전시 기획에 대한 굳은 신념과 추진력, 현장과 작가를 적절히 매개할 수 있는 유연한 소통 능력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술관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트리기 위해 SNS 홍보 활동도 빠트리지 않고 해왔다. 그리고 스스로 일에 대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회상한다. “큐레이터는 전시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기까지 전체적인 요소들에 관여해요. 주제 설정, 작가 섭외, 미팅, 전시 설치 및 수정, 홍보 활동까지 말이죠. 육체적‧정신적 노동이 크기 때문에 스스로가 즐겁게 일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술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자부심이 뒤따르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들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즐겁게 일하고, 제 일에 대한 사명감을 되새기면서 일하고 있어요.” 결국 좋은 전시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정하나 큐레이터가 고민하는 지점이 훗날 새롭고 흥미로운 기획 전시로 확장되고, 그녀가 공들여 준비한 전시회는 지역민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할 것이다. 큐레이터로서 사심 없이 사명감으로 일궈낸 결과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06.13 17:10

[미술관·박물관 큐레이터] ① 장진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좋은 미술관은 작게는 한 도시의 관광산업에, 크게는 한 국가의 브랜드 가치에 기여한다. 쇠락한 산업도시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파리 3대 미술관으로 연간 36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오르세미술관이 이를 증명한다. 때문에 미술관 큐레이터(전시기획자)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큐레이터' 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유물을 수집 관리하고, 기획전시와 홍보활동 등 종합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학예사로 불리기도 한다. 예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열정,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전북지역 전시현장을 누비는 큐레이터 3인방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장진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54)은 20년 넘게 학예사로 활동한 잔뼈 굵은 인물이다. 2000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로 입사해 유물 소장 관리부터 전시 기획까지 다양한 영역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8월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 부임한 그는 소장품 관리, 조사연구, 기록물 전시를 비롯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관장한다. 올해는 ‘미륵의 마음, 모악산 금산사’ 특별전을 학예사들과 함께 준비해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7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장진아 학예연구실장을 만났다. 그에게 ‘좋은 큐레이터’에 대해 물었다. 학예사‘장진아’를 세상에 각인시킨 건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테마전 ‘왕의 글이 있는 그림’ 전시회가 열린 2008년이었다. 한국회화사를 전공한 장진아 학예연구실장은 당시 ‘어제(御製)’를 키워드로 조선시대 회화와 왕실문화를 조명하며 학계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입장벽이 높았던 박물관에 대한 편견이 한겹 벗겨진 순간이었다. 전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당시 장진아 학예사에게 또 다른 원동력을 부여했다. 본질을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었고, 시의적절한 기획전시는 장진아 학예실장에게 ‘좋은 큐레이터’라는 꿈을 꾸게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박물관의 역할이 확장될수록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욱 커졌다. “예전에는 좋은 큐레이터의 덕목이 전문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시하려는 소장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소장품의 가치를 밝혀내는 것이 좋은 큐레이터의 소양이라고 봤죠. 하지만 지금은 전문 지식 뿐만 아니라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전시가 가장 좋은 전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지적 욕구를 채우는 것 이외에 "재밌다" 등의 정서적 반응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진아 실장은 국립전주박물관 큐레이터로서 놓치고 싶지 않은 신념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국립’이 지닌 의미를 몰랐어요.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서 무게감을 가지고 생각하지 못했죠. 그러나 지금은 제가 기획한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외면받더라도, 국립기관에서 다뤄야 하는 주제라면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제 논리에 의해서 전시회를 기획하지 않고, 국립기관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수준 높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렇구나’ 새삼 생각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나라의 예산으로 관리하는 '국립'의 역할을 되새긴다는 그녀의 다짐이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사랑한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학예사라는 직업과 박물관을 사랑하는 장 실장의 다음 전시회가 무척 기대되는 이유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06.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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