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문제에 더욱 관심 갖겠습니다"
창교 85년여만에 건실한 민족종교로 자리잡은 원불교. 지난 11월초 종법사를 비롯한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한 원불교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백20만 원불교도의 수장으로 재추대된 이광정(李廣淨·64)종법사. 그는 앞으로 원불교는 세상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2천년 세모(歲暮)에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난 이광정종법사는 현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을 ‘도덕성 상실’이라고 진단했다.
“도덕을 살려내는 것이 바로 종교의 역할입니다. 도덕이 살아야 가정과 사회 국가가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요. 오늘날 초래된 사회의 온갖 악습과 구태는 도덕상실로부터 초래된 것입니다. 종교가 크게 통감해야 할 일입니다.”
종법사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상생의 도리를 ‘도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도덕을 회복하는데 종교계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 무시선(無時禪) 무처선(無處禪)이란 말입니다. 주위의 모든 것을 소중히 알고 받들어야 하며, 또 자신의 마음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자신은 물론 원불교 종교생활의 핵심을 이렇게 소개한 그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세상이 천국도 될 수 있고 지옥도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원불교에서 마음공부를 중시하는 것도 이때문인 듯.
“원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는 마음에서부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동하지 않는 마음을 견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혜를 개발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 이것이 마음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이지요.”
원불교는 이러한 마음 다스림을 바탕으로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지향한다. 원불교 교리도 개인의 인격개발과 가정관리, 교육, 사회생활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하나가 되기위해 실천해야 할 규범들로 짜여져 있다. ‘공생공영(共生共榮)’을 강조하는 것이다.
원불교의 이러한 정신은 그의 통일론에도 나타나있다. 종법사는 지난 98년 통일에 이르는 여섯가지 원칙을 발표, 그당시 진보적인 통일관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상생(相生)을 강조하는 그는 통일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념과 사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더불어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통일문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민족이 하나되는 방법은 이렇다. 원한의 응어리를 풀고(大解寃), 과거를 용서하며(大赦免), 동포애로 만나 회포를 풀고(大和解), 서로를 받아주며(大受容),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서로 도와(大協力), 민족전체의 운명을 책임지겠다는 어버이의 마음으로 통일정부 창출하자(大合意)는 것.
그는 정치적 갈등이나 경제위기 등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현재의 고난은 새로운 질서를 찾기위한 과도기적 현상이며, 이 터널을 지나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본다. 현재의 고난을 ‘도약을 위한 몸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원불교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은 교헌을 제정하고 법령과 제도를 마련하는 등 교단 내부정비에 주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세상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사회복지활동을 확대해내고 문화적 기반을 다지는 등 원불교 정신의 사회화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원불교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광정종법사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곧게 지키고 이웃과 더불어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 사는 길”이라며 따라서 “양심을 잃지 않고 도덕성을 잃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2001년은 이러한 마음으로 살자고 했다. ‘안으로 안으로 하나 / 밖으로 밖으로 하나 / 영겁(永劫)토록 하나 / 하나도 없고 / 없는 하나.’자신과 이웃, 민족과 온 인류가 굳이 하나라고 따질 것도 없는 하나를 만들자는 의미다.
*이광정 종법사 약력
36년 전남 영광 출생
54년 원불교 입교 및 출가
63년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 정남서원
67∼73년 운봉·익산교당 교무
73∼82년 원불교 총부 교무부장, 문화부장, 원광사 사장
82∼88년 서울사무소장
88년 수위단 중앙단원 피선
91년 원불교 법위등급 정식 출가위 승급
94년 원불교 11대 종법사 취임
2000년 원불교 12대 종법사 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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