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에---, 아-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아- 났네--
청천- 하늘엔 잔-별도오- 마안고-, 이네에- 가슴 소옥엔 희-망도오- 많다”
지난 여름휴가 때 일행 몇 명과 콘도에서 하루 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약간의 반주를 곁들였기에 취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미리 준비해간 북을 꺼냈다. 북을 식탁의자 위에 올려놓고 ‘사철가’와 ‘호남가’(‘판소리’와 달리 ‘단가’라 함)를 소리높이 부르니 일행들의 박수소리가 콘도의 하늘아래 울려 퍼졌다. 기분이 우쭐해진 필자는 이어 ‘진도아리랑’을 더욱더 소리높이 울려 제꼈다(진도아리랑은 원래 장구로 장단을 맞추어야 하나 ‘꿩 대신 닭’이라고 장구가 없으니 북을 두드리는 수밖에). 그런데 단가를 부를 때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일행들은 아리랑을 부르니 흥이 절로 나는지 합창으로 발전하였고, 합창소리를 들은 필자는 더욱더 북을 세게 치면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방안의 인터폰에서 ‘삑’소리가 났다. 모두가 ‘동작 그만!’하고, 일행 한명이 인터폰을 받았다.
- 상대방 : “시끄러우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
- 아직도 합창의 흥분이 가시지 아니한 일행 : “아- 조용한 곳을 찾으려면 절에나 가시지 머더러(?) 콘도에 오셨는감유(?)!”
- 이에 기분이 상한 상대방 : “애기가 아파서 그러니 조용히 좀 합시다.”
- 일행 왈 : “아- 애기가 아프면 병원에 가시지 머더러(?) 콘도에 오셨는감유(?)!”
하지만 아기가 아프다는데 별 수 있나! 즉시 합창을 멈추고 좌판(?)을 거뒀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많이 불편하셨는지요.)
예향의 도시 전주! 그리고 멋과 맛이 살아있는 우리 고향 전라북도!
우리 고향은 산세가 수려하고 농토가 넒고 비옥하여, 예로부터 인심이 넉넉하고 예술이 발달하여 온 곳이다. 그중에서도 서예나 서화, 그리고 판소리 등은 가히 전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년에 그러한 곳의 검찰청 수장(首長)으로 부임하여 오자마자 창(唱)이라도 한가락 배웠으면 하는 차에 도립국악원 교수 한분을 소개 받았다. 그 분과 시간을 맞추어보니 월, 수, 목요일의 저녁시간이 좋다고 하기에 얼른 가르침을 부탁하였다. 처음에는 중머리, 중중모리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는 자진모리, 휘모리로 발전하였고, 어느 정도 가락이 맞추어지자 이번에는 판소리, 단가, 아리랑으로 분야를 옮겨 배우다보니 각 분야마다 조금씩 귀동냥하는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전주에 좀더 근무하였더라면 더 많이 배웠을 터인데, 너무 일찍 전주를 떠나와 아쉬움이 많았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마땅히 연습할 곳이 없어서 육성(肉聲)으로 하는 연습은 못하고 대신 출?퇴근길 승용차안에서 전주에서 배울 때 녹음해 놓았던 테이프를 틀어놓고 복습을 하고 있다. 그것도 공부라고, 여러 번 듣다보니 과거에는 듣지 못하였던 가락이 한 두곳씩 새롭게 들릴 때는 그 기쁨 또한 남다르다. 또한 장거리 여행이나 출?퇴근길 정체 때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흥얼대면 짜증도 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수 있으니 이 역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단지 북채 대신 합죽선으로, 북 대신 장단지에 가락을 맞추다보니 목적지에 와보면 장단지가 벌겋게 부어 있고 때로는 아프기까지 한다. 그래도- 좋은 걸 어떡혀(?)!-
다가오는 추석에는 온 가족이 앞마당에 멍석을 깔고 둘러앉아, 휘영청 밝은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사철가’나 ‘진도아리랑’을 다함께 신명나게 불러보심이 어떨지..... 그러면서도 지난 폭우로 갑작스런 피해를 당한 우리 이웃들은 이번 추석을 잘 지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마음의 여유도 갖아보심이 어떨지.....
/이동기(대검찰청 형사부장, 전 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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