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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외국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서 물건 사들여 오기를 무척 좋아하는 국민들로 세계에서 몇 번째 가는 나라라고 한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고, 입고, 마시고, 즐기는데 쓰는 돈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훨씬 헤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9일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서 6월까지 석달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쓴 돈이 9억7천만달러, 한국 돈으로 약 9천2백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4%가 늘어난 것으로 발표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사용한 돈이(신용카드 사용액) 작년 1분기 6억2천만달러, 2분기 7억3천5백만달러, 올해 1분기 7억9천만달러로, 여기에 현금 등 여행중 총 지출액은 15조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주로 외국 여행객들이 사들여 오는 물건으로는 쇠고기, 한약제, 공예품, 커피, 볼링용품, 가구류, 장난감, 과일주스, 생선, 옷 등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밀, 콩, 옥수수 등 곡식류만 하더라도 엄청난 숫자라고 하니 이 얼마나 외국 것이라면 맥을 못추는지 알 수가 있다. 이뿐인가 산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무진장 널려있는 고사리 버섯까지도 사들여 오고, 심지어 누릉지나 잣, 호박씨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외국으로 여행하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으니 아무래도 외국에 나가 쓰는 돈도 여행객 수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올들어 7월까지 출국한 여행자 수는 모두 829만7천명(관세청 집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늘었다. 2003년 1039만명, 지난해는 1305만명이었으며 올해는 15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행객들이 외국에서 쓰는 돈이 이 정도라면 정상적인 수입 상품이나 외제물품까지 합하면 도대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래서 외국 사람들 눈에는 한국 사람들이 모두 봉으로 보일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가서 사들여 오는 물건이 많으니 국제수지 악화는 물론 국내 소비 둔화를 가져와 나라의 경제가 잘 되어갈 까닭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이러다가는 우리의 몸도 마음도 모두 외국 것들로 치장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부자 나라가 되기는 어렵지만 가난한 나라가 되는 것은 쉽다고 한다.

 

우리의 것을 아끼지 못하고, 가꾸지 못하고, 외국의 것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곧 가난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어야할 것은 바로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만든 물건, 우리가 생산한 곡식, 우리가 기른 생선, 우리가 지켜온 땅, 우리가 쓰고 있는 말, 우리가 쓰고 있는 글 등 모든 것들이다. 이는 우리의 정신이고 힘이며 생명이기 때문이다.

 

외국 물건 좋아하는 사람들, 외국에 여행다니기 좋아하는 사람들, 씀씀이가 헤픈 사람들에게 퇴폐되어가고 있는 농촌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비로소 우리 농민들의 실상을 알게 될 것이다. 장사가 되지 않아 계속 문을 닫고 있는 시장 구경을 해봐야 아, 흔전만전 사용한 카드 때문에 이렇게 국내 시장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인가.

 

이젠 우리의 것을 지켜야할 때가 된 것이다. 외국의 물건은 단호히 몰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내가 사준 우리 물건이 모든 이웃을, 시장을, 나라를 잘 살게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재균(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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