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뉴질랜드가 꼽힌 적이 있다. 세계은행이 145개국을 대상으로 창업 소요기간, 행정 절차, 기업등록 비용, 투자자 보호 등을 비교 분석한 조사에서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가난한 국가들은 부유한 국가들보다 기업규제가 더 많더라는 것이다. 과다한 규제로 가장 기업하기 어려운 20개 국가중 80%는 아프리카였고 라틴아메리카·중동의 순이라고 세계은행의 ‘기업활동(Doing Business)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를테면 창업에 필요한 시간이 뉴질랜드나 캐나다는 3일에 불과했지만 모잠비크는 153일이나 걸렸다. 나이지리아는 상업적 등록을 하는데 21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반해 핀란드는 단 3단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투자환경을 뻔히 아는 기업들이 어느 나라를 선택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지금 외자유치와 기업유치는 세계 각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각 자치단체들이 제일 과제로 내거는 슬로건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규제완화,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인구유입, 지방세를 늘리는데 기업유치 만큼 효자 노릇하는 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유치는 말로 외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투자여건을 갖추면 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오는 게 기업 속성이다.
그런데 전북의 환경은 어떤가. 서울에서 시간상 가장 먼 곳, 항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교통오지, 인구는 연간 3만명 이상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지역총생산량(GRDP)은 전국 꼴찌인 지역이다. 기업이전 보조금도 낮고 자금의 역외 유출은 심각하며, 헐뜯는 무고비율도 전국 4번째다.
그런데다 공무원 마인드도 신통치 않다. 최근 창업하는 기업인은 공무원 마인드가 옛날 수준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규제항목만 들먹이고, 돕기는 커녕 거들먹거리며 지시일변도라는 것이다.
마무리된 인허가 사안을 처리기간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서랍에 넣어두고 있는 사례도 있다. 윗사람한테 아쉬운 소리를 해야 서류가 돌아가는 판이니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가난한 국가가 규제가 많더라는 세계은행 분석이 전북에도 들어맞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기업유치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도리 밖에 없다. 경기도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LG필립스가 들어설 공장부지의 문화재 발굴이 늦어지자 경기도는 10억을 들여 7,000여평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온풍기를 돌려 땅이 얼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문화재 발굴이 기간내 끝나고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된 건 물론이다. 기업이 감동한 대단한 공력이다.
전북은 어떤 감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유치실적에만 매달릴 게 아니다.세계은행이 한 것처럼 전북의 각 지역을 대상으로 창업 소요 기간, 행정절차 등 항목을 설정해 평가할 경쟁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자치단체는 '모든 인허가는 3일 이내 처리' 식으로 선언을 하고, 공무원도 민원인을 돕고 처방해 주는 마인드로 뿌리내린다면 머지않아 ‘기업하기 가장 좋은 자치단체’로 브랜드화될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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