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한해 끝자락에 언론이 꼽는 전북지역의 10대 뉴스에 ‘새만금 방조제 연결’이 공통으로 올라있다. 숫적으로는 10대 뉴스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장장 15년 세월을 끌어온 전북의 현안이자 숙원사업이다.
올 한해는 지루하게 전개된 새만금 소송이 마무리되고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 33㎞가 막아진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 같다. 그 과실을 따 먹기 위해선 앞으로 또 다른 15년 아니면 그 이상의 세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지난 91년 11월28일 부안 대항리 기공식장에서 새만금 취재를 시작한 이후 방조제를 막고 내부개발방안을 모색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새만금의 지난 15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희생과 댓가가 너무 컸고 머나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새만금은 어떤 때는 풍랑 속의 돛단배처럼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침몰하느냐, 도강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죽음의 사선을 넘나든 난파선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렇게 휘둘릴 수 있는가 하는 자괴감도 있었다.
새만금 15년의 후반기는 소송의 역사였다. 2001년 8월22일 새만금의 무효 및 취소 등을 요구하는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이 제기된 이후 지난 3월16일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헌법재판소와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을 왔다갔다 하면서 만 5년간을 소송에 허비했다.
갈등의 과정에서 공사중단과 지연으로 인한 피해도 엄청났다. 공사가 중단된 것은 민관공동조사단 활동기간과 법원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두차례다. 사업기간 1년 지연에 따른 사업효과 감소액이 약 1조6,531억원이라고 하니 방조제 유실피해액 등을 합치면 공사중단 및 지연 피해액은 1조7,3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소송때 농촌공사가 법원에 제출한 피해액이다.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국책사업에 차질이 생겼는 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회사는 벌써 부도나고 기업주는 감옥에 갔을 것이다.
새만금은 멀고 먼 길을 돌아 좌초위기에서 다시 태어났지만 국가적 예산낭비와 국민적 에너지 낭비라는 커다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국책사업이 어떻게 휘둘리고 지역주민과 이해 당사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새만금은 2조1386억원이 투자된 지금도 진행형이다. 개발과 환경은 여전히 평행선이고 토지이용계획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20∼30년이 지나야 내부개발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장래 그 속에 무얼 담아야 효험을 발휘할지도 모르면서 환황해권의 전진기지니, 중국 진출의 교두보니 하며 장밋빛 비전만 되뇌이고 있다. 공사중단과 소송사태로 이어질지도 모르면서 기공식 버튼을 누른 것처럼 말이다.
새만금의 지난 15년 역사는 새만금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찾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또는 이해관련 기관 단체에 의해 휘둘려 온 세월이었다. 이제 막 시작된 내부개발과 특별법 논의는 새만금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새만금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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