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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진안 '마이산 설경'

하얀 속살 드러내고 수줍은 듯 등 돌린 두 봉우리…이 여인의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그대는 대지에 누운 여인,

 

어찌,

 

말귀 따위와 비길쏘냐?

 

봉긋 솟은 두개의 젖가슴은

 

하늘나라 애기신들

 

배불리고도 넘치는구나!

 

하늘의 신들이여!

 

이 여인의 가슴에 안겨

 

이 땅에 축복을 내리소서!….

 

진안군 문화예술 담당인 성진수 시인이 진안고원에 우뚝 솟아 난 말 귀 닮은'마이산'을 빗대 읆은 시다.

 

애달픈 이 시처럼 여인네 형체를 꼭 빼 닮아 있는 마이산. 오묘한 자연 속에 태고의 신비까지 간직하면서 일찌감치 '호남의 영봉'으로 불리우고 있다.

 

하얀 젖가슴(?)을 드러낸 요즘같은 겨울이면 그 백미를 더한다. 두 봉우리를 뺀 나머지 능선에만 눈이 쌓여 마치 붓에 먹물을 찍은 형상 그대로다. 눈 덮힌 마이산을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하얀 속옷을 입고 수줍은 듯 등 돌린 모(母)봉 곁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부(父)봉을 볼랍시면 어느 순간 감춰둔 마음을 빼앗기기 십상. 기묘한 행태에 절로 숙연함이 들 정도다.

 

북풍한설 몰아치면 이들 부모봉 사이로 마지막 흐르던 물줄기도 살포시 얼음이 얼고, 그 위에 눈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천하일색'을 연상시킨다.

 

길게 펼쳐진 여인네 '치마폭'은 부모봉 사이로 나 있는 천황문에서 그 허리 춤을 내보인다. 금강과 섬진강의 두 물줄기가 마이산을 중심으로 태극을 이루는 이 곳에선 사시사철 맑은 석간수가 흘러 나온다.

 

'이를 마시고 정성을 들이면 옥동자를 얻을 수 있다'라는 풍문이 깃든 화암굴 약수는 좌우로 펼쳐진 절벽 틈새에 자리, 계단을 오르다 가빠진 숨을 고르기 안성맞춤이다.

 

목재로 된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 산 입구에 있는 탑사에 당도하면 마이산의 경이로움은 절정에 달한다.

 

말 그대로 탑으로 이뤄진 절, 탑사. 큰 돌을 쪼아낸 석공의 땀과 정성이 깃든 여느 사찰의 석탑과 달리 정성과 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성지다.

 

1860년경 임실군 둔남면 둔덕리 효령대군 16대 손으로 태어난 이갑용 처사에 의해 30여 년간 축조된 이 돌탑은 그냥 돌이 쌓여진 게 아니다.

 

이 처사가 수행을 위해 25세때 마이산에 들어와 솔잎으로 생식하던 중 '억조창생 구제와 만민의 죄를 속죄하는 석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아 축조한 '신념의 탑'이기 때문이다.

 

인근 30리 안팎 돌을 운반해 탑의 기초부를 쌓고, 각처 명산에서 나른 돌로 탑 상부를 쌓는 기공법(氣功琺)을 이용했다 한다. '막돌허튼식'이라고도 불린다.

 

얼핏보면 제멋대로인 듯한 탑 모양도 음양오행 이치에 따라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고, 우주의 순행원리를 담고 있다. 우뚝 솟은 중앙탑은 바람에 흔들릴 뿐 넘어지지 않는 신비함도 연출한다.

 

기운이 센 곳으로 유명한 이 곳에선 겨울철 정화수를 떠 놓으면 고드름이 대류현상으로 공기를 따라 물이 빨려 올라가면서 생기는 '역고드름'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 지금이 그 때다.

 

육산의 곡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요즘 마이산. 하얀 속살에 잔가시들이 박혀있는 고슴도치처럼 산들은 이제야 제 능선과 제 골짜기를 훤히 내 보이고 있다.

 

쉽게 바스러지는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타포니(Tafoni)지형에다, 동서남북에서 본 모습 모두 다른 마이산의 천혜의 얼굴이 겨울 여행길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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