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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진안 백운동 계곡 '데미샘'

섬진강 그 생명의 근원…초록숲 사이로 수줍은 듯 졸졸졸

"뼈저리게 서럽거든 저문 섬진강을 보라"(시인 고은).

 

"이 세상 사는 일이 팍팍할 때…팍팍한 마음 한 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시인 김용택).

 

인간의 원초적 고뇌를 읊은 '섬진강'이란 시집에 들어있는 이 대목처럼,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막다른 골목에 치달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쉽게 이분법적 논리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며 자포자기 할 일은 아니다. 지친 영혼을 달랠 '삶의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는 그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든 6월, 섬진강 주변도 초록빛 향연이 한창이다. 기차마을과 가정역을 오가는 증기기관차를 타거나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면서 섬진강의 여름을 즐기는 것도 좋은 여행법 중 하나.

 

그 보다 섬진강을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 여행을 결코 빼놓아선 안된다.

 

진안 백운면 선각산 자락에 위치한 '데미샘'. 이곳에서 기인한 섬진강 물줄기는 전북과 전남을 지나 전남과 경남의 경계인 하동을 거쳐 남해로 흘러드는 의미있는 샘터이기 때문이다.

 

데미샘에 가려면 백운 원신암 마을 위쪽에서 만나는 팔선정이란 정자 앞에서부터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이곳에서 1.19km의 오솔길을 1시간 정도 걸으면 데미샘에 도착할 수 있다.

 

데미샘으로 가는 길은 살골 소녀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맑은 계류가 수줍은 듯 졸졸졸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으며, 숱한 세월 동안 호남의 많은 생명들을 키워온 샘물이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파릇파릇 신록 끝물이 활기를 주는 요즘엔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맞으며 삼림욕을 즐기기 안성맞춤.

 

'데미'는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파생된 말. 샘 동쪽에 솟은 작은 봉우리를 동네 주민들은 천상데미(1,080m)라 부르는데, 이는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굳이 데미샘을 풀이하자면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 곧 '천상샘'이 되는 것이다.

 

천상데미 주변에서 발원한 계류는 너덜 아래를 흘러 데미샘에서 모인다. 단풍나무와 산죽으로 둘러싸인 샘 주변은 널찍한 너덜지대다.

 

데미샘 주변의 짙은 숲 그늘엔 긴 의자도 여럿 놓여 있어 물 한 모금 마시고 쉬면서 한 여름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다.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마이산에서 흘러온 물과 만나 성수면으로 흘러 임실 오원천으로 들어간다. 임실 운암호, 구례, 하동 화개장터를 거쳐 광양만 바다로 흘러들기까지 500여 리를 남하한다.

 

데미샘과 연결된 덕태산 계곡을 따라 5km쯤 올라가면 울창한 숲 사이로 100㎡ 규모의 널따란 '점진바위'와 높이 5m가량의 자연 폭포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봄철이면 골짜기를 가득 메우는 진달래꽃은 마치 분홍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몽환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나장사'의 전설과 '점진바위'사이에 풀잎을 꽂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을 간직한 덕태산(1,113m)을 따라 어우러진 계곡 사이 사이에 펼쳐진 백운동의 비경이 바로 그것이다.

 

숲 사이로 들려오는 세찬 물소리와 숲 그늘 아래 미끄러지듯 흘러 내려가는 암반계류, 발을 씻기조차 미안할 만큼 맑고 투명한 백운동 계곡.

 

그 중 백운면 신암리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섬진강의 수원지인 선각산 아래 신암 저수지가 나오는데, 이 골짜기 또한 숨은 절경이 자리하고 있다.

 

백운동 계곡 허리부에 자리한 산림욕장은 등산로와 산책로, 산림·보건·휴양시설인 체력단련실, 숲 속 수련장, 전망대, 정자 등이 갖춰져 물 놀이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그만이다.

 

초록 천국이 피서객들을 유혹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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