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태양과 후텁지근한 기운이 낮밤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여름.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다.
이제 장마만 끝나면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이 때 햄릿의 '죽으냐 사느냐' 만큼, 고민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산이냐 바다냐'. 정말 '그것이 문제로'다.
짙은 녹음이 몸까지 깨끗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은 산과 탁 트인 수평선과 부서지는 파도가 단숨에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바다. 여름에 가면 더 좋은 전라북도의 산과 바다가 있다.
전북일보 여름특별기획 '함께 가고 싶은 이곳 2'에서 산과 바다의 유혹 배틀이 시작된다. >>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해도 여름하면 그래도 바다다.
단, 이번 휴가만큼은 바다 여행은 동해안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보자. 파스텔톤 빛깔의 시원한 바다와 연인의 보드라운 살결같은 모래…. 서해안의 숨겨진 매력이 부안과 고창 바다에 다 있다.
▲ 언제가도 좋은 격포
채석강과 적벽강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격포해수욕장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서쪽 끝인 격포항 북쪽에 있다. 바닷물의 침식을 받은 수성암층이 마치 1만여권의 서적을 쌓아 놓은 것 같은 채석강의 절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사실 격포해수욕장은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은 곳이다. 경관이 빼어나고 물이 맑고 깨끗해 외지에서도 격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해수욕장 주변의 솔숲과 야영장에서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길 수 있으며, 주변 격포항에는 운치있는 등대와 방파제가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즐길거리도 많다. 격포항 방파제와 인근 갯바위에는 바다 낚시터가 즐비하며, 선상 우럭낚시도 가능하다.
주변에 있는 놀이공원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곳. 특히 격포 바이킹은 인터넷에서 가장 무서운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바이킹 배가 지면과 수직을 이룰 때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정신줄을 놓을 수 밖에' 없다.
근처에 수산물시장이 자리잡고 있어 저렴한 값에 싱싱한 회도 맛볼 수 있다. 저녁에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말만 잘하면 가격도 흥정할 수 있고, 곁들이 안주도 공짜로 얻을 수 있다. (부안 변산면 격포리 228-18번지, 582-7808)
▲ 엄마와 딸의 추억이 공존하는 변산
엄마의 추억 위에 딸의 추억이 켜켜이 쌓이는 곳. 부안에서 격포 방향으로 24km 떨어져 있는 변산해수욕장은 서해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1933년 개장한 유서 깊은 곳이다. 오래 전부터 전라도 사람들의 피서지가 돼왔던 곳.
하얀 모래와 푸른 솔숲이 어우러져 '백사청송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변산해수욕장은 곱디 고운 모래 해변이 끝없이 펼쳐지는 데다 서해안 해수욕장치고는 물빛도 맑다.
평균수심이 1m 밖에 되지 않고 수온이 따뜻해 어린 아이나 어르신이 있는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적합하다. (부안 변산면 대항리 567번지, 문의 580-4740)
▲ 아담하지만 재미가 숨어있는 모항
모항해수욕장은 입구에 아름드리 소나무숲을 끼고 있는 아담한 곳이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산악경관과 서해의 해양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수려한 자연경관지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뒤쪽으로는 갑남산이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산아래 도로변에는 천연기념물 호랑가시나무군락지가 있다.
모항은 해수욕을 하기에도 좋지만, 곳곳에 재미가 숨어있는 곳. 갯바위낚시터가 있어 낚시를 겸한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인근에서는 모항갯벌 체험장도 운영되고 있다. (부안 변산면 도청리 9-8번지, 문의 580-4740)
▲ 시원한 녹음이 우거진 고사포
변산해수욕장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고사포해수욕장의 상징은 2km에 걸쳐 이어지는 해변의 아름드리 소나무숲이다.
상대적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변산해수욕장이 지니고 있는 모든 장점을 갖추고 있다. 여름을 조용하게 즐기고 싶은 피서객들에게 안성맞춤. 방풍림 역할을 위해 심은 것이지만, 해수욕장 뒤쪽으로 300m 가량 늘어서 있는 송림도 장관이다. 이 곳에서는 야영을 하기에 좋다.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날에는 3∼4일 간격으로 길이 1km, 폭 30m로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나타난다고 한다. 바다가 갈라지면 새우모양 같다고 해서 하섬이라 불리는 섬까지 걸어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바다가 열릴 때 하섬까지 이어지는 갯벌에서 해산물을 줍는 것도 큰 재미. 하섬은 200여 종의 식물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부안 변산면 운산리 441-7번지, 문의 582-7808)
▲ 일반인들이 더 좋아하는 상록
상록해수욕장은 공무원 복지증진을 위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휴양장소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름을 상록이라고 붙인 것 역시 공무원의 표상이 상록수이기 때문.
숙박시설, 식당, 풀장, 테니스장, 샤워장, 취사장, 휴게실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기 때문인지 청결과 안전에 많은 신경을 써 정갈하다는 평들이 많다.
게다가 주변 경관이 좋고 수심이 얕고 물이 깨끗할 뿐만 아니라 해송 및 모래사장이 좋아 해수욕장으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 지금은 일반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격포나 변산에 비해 아직까지는 한적한 편이라 조용한 곳을 원하는 이들에게 '강추'다. (부안 변산면 도청리 577, 문의 583-7800)
▲ 전설의 섬 위도
물 빠진 갯벌에 얹혀 비스듬히 기운 어선과 바지락을 깨는 아낙들, 모든 것이 소박하지만 마음만은 아늑해 지는 곳. 격포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전설의 섬 위도다. 이 곳은 고슴도치의 형상을 닮아 '고슴도치 위'자를 써 위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이 바로 위도해수욕장이다. 벌금리 주변의 산들이 해수욕장을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어 마치 소쿠리 안과 같다. 1km가 넘는 고운 모래사장과 백옥같이 맑은 물은 수심이 깊지 않아 누구에게나 인기.
내친 김에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보자. 총 12km의 해안일주도로가 나있어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가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섬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부안 위도면 진리 460번지, 문의 580-4613)
▲ 천년 노송 소나무숲이 있는 동호
해마다 풍어기원과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용왕제로 문을 여는 고창 동호해수욕장은 천년 노송 소나무숲과 모래찜으로 유명하다.
수백년된 소나무숲이 장관을 이루며 4km의 넓은 모래사장은 모래가 가늘고 경사가 완만해 좋다. 살랑살랑 소나무 향기에 취해 더운 여름 돗자리 깔고 누워 낮잠 자기 좋은 곳. 소나무숲 위의 언덕에는 고창 유일의 해신당인 당집이 있어서 해마다 어민들이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있다.
바닷물의 염도도 높아 피부병과 신경통 환자들의 모래찜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높은 염도 때문에 인근에 대규모 염전이 개발돼 있다. 조개잡이와 갯벌탐사, 시원한 바다를 가르는 갯벌 드라이브 등 해양생태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해당화공원을 거니는 것도 좋다.
해질녘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도 빼놓을 수 없다. 해가 지는 풍경 위로 해변을 따라 새롭게 꾸며진 지압로를 거닐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사계절 해양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현재 해리면 광승리에 웰빙해양 체류형 어촌종합개발센터도 건립되고 있다. (고창 해리면 동호리, 문의 560-2457 )
▲ 낙조가 불게 타는 구시포
가막도를 비롯해 작은 섬들이 총총 떠있는 바다는 마치 높이 뜬 별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한여름밤을 보는 것 같다. 해질 무렵 서해 칠산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가 황홀한 곳. 그 곳에 앉아있노라면 사람들까지 풍경이 된다.
구시포해수욕장에는 젊은 꿈과 낭만이 있다. 천혜의 세사금모래 백사장과 소나무숲이 있어 야외 숙박을 하려는 텐트족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자가용 이용객들이 오토캠핑하기에 좋다.
해안에는 6∼7km의 해안사구가 발달해 '명사십리'라고도 불린다. 동호해수욕장과 함께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 피부병 치료에 좋은 곳.
백사장 남쪽에는 정유재란 때 주민 수십명과 산비둘이 수백마리가 반년 동안 난을 피했다고 해 '비둘기굴'이라 불리는 천연동굴이 있고, 해안일대에는 기암괴석이 널려있다.
내륙과 해안 관광지를 연계해 구시포 어항을 우리나라 최초로 와인 글래스(Wine Glass) 형상으로 꾸미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상하면 자룡리, 문의 560-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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