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세상·자연에·무심' 음식점 이름부터 편안…무공해 유기농 농산물로 화학조미료 안쓰고 조리
1999년 겨울 대학 진학을 앞둔 나를 불러 엄마는 훈시했다.
"서울 가면 두 가지를 지켜라. 첫째, 육식보다는 채식을 해라. 둘째, 사리 분별이 안 되는 일을 만나면 사람 많은 줄 편에 서라."
그렇다고 내가 맹렬 채식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다. 이쑤시개를 액세서리로 들고 다니는 '배불뚝이' 육식주의자도 아니었지만. 구제역이 또 한 차례 우리네 식탁을 쓸고 가면서 채식을 종용해 준 엄마가 현명했다고 여겼다. 전주에 있는 '알짜배기' 채식 전문점을 골라봤다.
▲ 10~30대…100여 가지 유기농 골라 먹는 재미
"식재료 값이 두 배지만,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살생을 하지 않는 식사를 권하니까요."
'풀꽃세상(대표 허인교)'은 전주 중인동에 있는 채식 뷔페. 허인교 대표가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비만과 고혈압으로 고생했던 허 대표가 채식을 시작한 후 건강을 되찾아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화학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무공해 유기농 농산물을 고집한다. .매일 두 번 열리는 뷔페(오전 11시30분 ~ 오후 3시, 오후 5시 ~ 9시30분)에 무려 100여 가지의 신선하고 다양한 음식을 차려낸다. 고기의 질감을 살린 콩으로 만든 불고기·스테이크·햄·소세지·장조림, 버섯 탕수이 등이 인기. 갖가지 산나물에 옥수수·고구마·약밥 등 전통 토속 음식, 죽·수정과·떡 등 후식도 다양하다.
올해부터 허 대표가 제빵을 배워 우리밀 빵도 직접 구워낸다. 치즈·호두 케이크, 브라우니, 옥수수빵 등 입이 호사하는 디저트에 원두 커피까지 제공된다. 봄에는 향긋한 봄나물 특선이 따로 마련된다. 회원에 한해 5% 적립되며, 7인 이상 이용할 경우 한 사람은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등 서비스가 좋다. 1인 1만5000원. 063) 221-3355.
▲ 30~40대…맛깔스런 죽염으로 맛을 낸 채식
'풀꽃세상'이 너무 멀리 있다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채식 뷔페는 없을까. 전주시 서신동에 있는 채식 뷔페'자연에(대표 사공정순)'는 '풀꽃세상' 보다 간소화된 메뉴에 저렴한 가격, 편리한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이곳의 맛이 차별되는 것은 자죽염(紫竹鹽) 때문이다. 사공정순 대표의 남편 김재현씨가 운영하고 있는 죽염공장'선솔죽염'에서 붉은 죽염을 공수,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콩 불고기, 콩가스, 새송이 버섯 탕수이가 인기. 산나물에 새싹채소와 유기농 야채가 곁들여진 건강한 밥상으로 전세대가 두루 즐긴다. 이곳은 지난해 '고기가 없는 월요일'을 진행, 월요일에는 음식값을 절반 할인해 받기도 했다. 사공정순 대표는 지구촌 온난화를 막으려면, 채식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인 1만원. 063) 255-8462.
▲ 40~60대…정성이 깃든 산나물
'무심(無心·대표 이상수)'은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옆 통나무집으로 통했다. '별난' 상호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불쑥 들어와 뭐 하는 곳이냐고 묻기도 했다. 2001년 개업 당시만 해도 채식에 대한 관심이 전무해 장사가 '통' 되질 않았다.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채식 전문점이 전주 영화의거리에 들어섰다.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333번지. 네비게이션에도 잡히지 않는 사각 지대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들깨죽과 전국에서 공수해온 7가지 나물(참나물·취나물·다래순·근대·미역취·고비·곰취). 이곳 역시 화학 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마늘이나 간장, 기름 치지 않고 맛을 낸 나물은 슴슴하면서도 향긋하다. 고기 씹는 질감을 살린 콩고기와 녹두전을 시작으로 도토리묵 말이, 화전, 버섯·호박전, 단호박밥, 팥망생이, 버섯말이 등 30여 가지 정성이 깃든 음식이 상을 메운다. 남은 나물에 밥도 비벼 먹을 수 있다. 후식은 한방차와 유과. 음식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면, 주인 아저씨에게 포장을 부탁하면 된다. 남은 음식 싸가기만 해도 한 끼는 해결된다. 단, 주인 아저씨가 좀 무심하다. 1인 2만5000원. 063) 237-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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