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쌓인 겨울풍경, 연인·가족들 발길 유혹…길이 1㎞ 자랑하는 운암대교도 운치
매서운 바람, 싸늘한 한기가 몸을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다.
답답한 실내에서 탁한 공기와 씨름하느니 차라리 가까운 곳으로의 겨울 나들이는 어떨까.
때마침 요즘 도내는 함박눈이 소북이 내린 가운데 온 들녘이 은백색 단아함으로 가득찼다.
눈꽃이 나무가지에서 춤을 추고 산야는 연인과 가족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전주-군산간 산업도로의 개설로 바다가 가까워진 도민들은 최근 새만금 방조제를 찾고 있지만 요즘은 옥정호가 볼 만하다.
주변이 온통 백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옥정호는 스산함과 허전함, 기대감 등을 동시에 안겨주는 묘한 매력 덩어리다.
방문객이 옥정호를 바라보는 시간과 방향, 그날 일기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감정을 안겨주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륙의 금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옥정호는 특히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풍경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뱃길로 100리를 휘저어야 속속들이 훑어볼 수 있는 옥정호는 그러나 상수원 지정 이후로는 아쉽게도 뱃길이 단절됐다.
옥정호 방문길은 전주에서 완주군 구이면을 통하는 길이 가장 빠르다.
또 임실에서는 신평면과 강진면으로 들어가는 코스, 정읍 방면에서는 칠보면을 통하는 길 등 여러갈래가 있다.
기자는 전주에서 완주 구이면을 통해 불재방면으로 여정을 결정하고, 임실군 운암면 소재지를 거쳐 옥정호 순환도로로 방향을 틀었다.
운암면 소재지내 쌍암리는 지난 1965년 섬진댐 축조시 실향민들이 고향을 등지기 싫어 임시로 정착한 마을이다.
때문에 이 곳의 경작지는 대부분 수자원공사가 관할하고 주택의 신·개축도 행정법상 불허하는 까닭에 과거 60년대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이곳도 최근 정부의 섬진댐 운영정상화 방침에 따라 수몰될 처지여서 주민들의 슬픔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옥정호 순환도로 초입에 들어서면'옥정호 마실길'이라는 작은 팻말이 나그네의 갈길을 재촉한다.
최종 목적지인'운암교 15㎞'라는 작은 문구가 속삭이는 가운데 기자가 탄 은마(은색승용차)는 눈길을 조심스레 헤쳤다.
'하얀눈으로 둘러쌓인 옥정호의 붕어섬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설렘으로 길을 재촉한 나그네는 그러나 국사봉 오르막에서 난관에 부딪쳤다.
눈길을 오르던 차량들이 미끄럼을 이기지 못하고 중턱에서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뿔싸! 체인을 준비해야 했는데...
원고 마감이라는 부담감에 급히 출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본성을 발휘, 사고의 위험을 무릅쓴 은마는 시험대를 무사히 거쳐 국사봉 입구에 안착했다.
어렵사리 눈길을 통과한 몇몇의 길손들이 국사봉 휴게소에서 숨을 돌리는 모습을 뒤로하고 붕어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백설로 단장한 겨울의 붕어섬은 꾸밈이라는 허상을 완벽히 팽개친'나체'였다.
봄철의 자비로운 모습과 여름의 싱그러운 푸르름, 가을의 울긋불긋함도 벗어 던진 원시 그대로의 자태다.
'여인의 인생으로 치면 노년의 모습이 저러할까'라는 아쉬움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다음 행선지로 길을 재촉했으나, 이번에는 내려가는 눈길에 올라오는 차량들이 서로 엉키며 난감한 표정들이다.
이미 내리막길에 들어선 탓에 방향을 바꿀 수도 없었다.
때마침 갓길에 쌓아둔 모래주머니를 발견한 운전자들이 친절하게도 모래를 뿌려줘 한고비 넘길 수가 있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직도 우리의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를 표시했다.
잿빛으로 가득찬 주위를 바라보며 여름날 도로변에 자태를 뽐냈던 장미꽃의 화사함이 떠오른다.
굽이굽이 어두운 호수를 바라보며 겨울풍경을 음미하는 사이에 옥정호의 명물로 자리할'운암대교'건설현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길이 1㎞를 자랑하는 운암대교는 현재 쌍용건설이 공정율 80%를 보이며 마지막 보완공사가 한창이다.
이 곳이 완공되면 전주-광주간 자동차 운행시간이 30분 정도가 줄고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비용도 절감된다.
때문에 전주시민과 주변 도민들에는 엄청난 혜택이 주어지기에 옥정호를 찾는 관광객은 부지기수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운암대교가 명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임실군은 건설당국에 관광효과를 요청, 새로운 볼거리가 제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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