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새만금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현 정권과 전북도 사이에 큰 차이가 난다. 현 정권은 먼발치에서 보고 있는 반면 전북도는 아전인수식으로 새만금만 클로즈업 시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견인할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통일이 이뤄지는 날에는 그 중요성이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하는 사업과 마스터플랜(MP) 짜는 걸 보면 정부 의지가 없는데 전북도만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만금의 성패는 국제항과 공항을 건설하는데 달려 있다. 다행히도 국제항은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부산항이나 광양항을 국가중심항만으로 개발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서해안에서도 새만금항이 인천항·평택항·대불항에 비해 비중이 낮다. 그런데도 전북도는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외면한 채 오직 새만금항만 2030년까지 18개 선석을 갖춘 국제항으로 개발된다고 동네방네 떠들었다. 우선 2020년까지는 1단계로 4개 선석만 건설된다.
정부가 개발전략을 수립할 때 그냥 대충 적당히 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정권적 이해 득실에 따라 개발전략을 짠다. 그런데 전북도가 너무 자화자찬식으로 앞서 가는게 문제다. 물론 국제항만 건설은 중요하다.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어야 새만금사업이 잘 굴러 갈 수 있다. 정부가 새만금항을 어느 규모로 개발하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언뜻 보기에는 정부가 새만금에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이런 상황인데도 전북도가 무슨 큰 일이 당장 된 것처럼 플래카드를 내건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도민을 기망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2030년은 까마득하다. 그 때까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사업을 금방 되는 것처럼 플래카드나 붙여 놓은 걸 보면 신중치 못하다. 지금 도의 속셈은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러나 내 놓을만한 것이 없다. 다음달 16일에 발표할 마스터플랜(MP)도 도가 요구한 3대 핵심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공항을 보면 정부의 의지를 그냥 엿볼 수 있다. 전북이 아무리 공항문제를 떠들어대도 정부는 거의 묵묵부답이다. 군산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군산공항은 미군공항으로 우리 것이 아니다. 공항 확장 문제도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다. 미군과 맺은 한미 SOFA가 걸림돌이다. 그간 수차에 걸쳐 SOFA 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하대명년이다.
새만금에 국제공항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군산공항을 확장하는 것보다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던 김제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실리면에서 나을 수 있다. 정부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할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는 군산공항을 확장하고 김제 등 3곳에 경비행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것은 대단히 잘못된 계획이다. 항공 수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군산공항을 적당히 확장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지금 전북은 LH 본사 유치 못지 않게 공항건설 문제를 짚어야 한다. 김제공항 건설을 다시 재론해야 한다. 새만금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김제공항을 건설하면 모든 게 끝난다. 이미 국토부가 480억원을 들여 157만㎡ 공항부지를 매입해 놓았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김제공항을 국제공항으로 건설할 수 있다. 김제공항을 건설하면 전주·익산·군산·정읍까지도 혜택을 본다. 새만금도 오히려 더 친환경적으로 잘 개발할 수 있다. 이 걸 못하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도정을 이끈다는 김완주지사가 정부와 절충해서 김제공항을 건설토록 해야 한다.
/ 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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