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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법정 증인 추궁하는 '호통 검사'

이강모(사회부 기자)

'검사 무서워서 어디 법정 증인으로 나갈 수 있겠습니까?'

 

임상규(62)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의 자살 소식과 함께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검찰이 법정에 나온 증인을 강압적으로 추궁하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전주지법 2호 법정에서 김제 스파힐스골프장 비리 사건에 연루된 9명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인 곽인희 전 김제시장이 증인으로 나왔고, 곽씨는 검찰에서 3차례에 걸쳐 받았던 조서 가운데 두 번째 조서를 증거물에서 제외시키도록 했다. 두 번째 조서는 받은 일도 없는데 해당 수사 검사가 임의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내용의 조서를 작성했다는 것.

 

이와 관련 공판 검사는 1시간 30여분에 걸친 곽씨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 시종일관 "그렇게 내 말을 못 알아 들어요. 했어 안했어. 단답형으로만 얘기해요. 피고는 조서를 직접 수정도 했던데 우리말로 소설을 써 놨어요"라며 곽씨를 추궁했다. 법정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곽씨는 "검사님 내 말 좀 자르지 말고 제발 좀 들어 보라"고 통사정을 했다.

 

이를 보다못한 재판장도 공판 검사에게 "검사님 이 자리는 추궁을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래서야 어찌 증인이 자유롭게 증언할 수 있겠습니까. 재판 쉬었다가 하실까요?"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공판 검사는 또 다른 증인에 대해서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 모 증인의 신문이 끝난 뒤에도 "왜 웃어요. 신문 끝났는데. 어이없어(증인 진술) 웃는 건가요? 아니면 오버액션 인가요?"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씨 변호인은 "검사님 규정대로 하세요. 혼자 소리 없이 웃음 짓는 것도 잘못인가요"라고 맞섰기도 해 재판장이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법정을 검사실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한 판사는 "재판의 주체는 판사임에도 안하무인으로 증인 등을 윽박지르는 것은 법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정 안팎에서는 논리와 증거로 공소를 유지해야 할 검사가 자제심을 잃고 '호통검사'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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