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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은 상호주의가 최선이다

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오는 5월 29일 제19대 국회가 출범한다. 임기 개시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300명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분위기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거취가 아직도 논란중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일부 언론들은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의 북한정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 보도하고 있다.

 

북한 이슈는 한국 사회를 나누는 주요한 이념적 기준이다. 북한은 직간접적으로 남한 정치의 큰 축이 되어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위 남남갈등은 김대중 정부 시기에 심화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에서 강한 바람은 실패하고 따뜻한 햇볕이 성공했다는 이솝우화를 근거로 김대중 정부는 따뜻한 대북정책을 추진하였다.

 

따뜻한 대북정책은 다른 이솝우화로 비판되기도 한다. 숲은 도끼자루가 필요한 나무꾼에게 나무 한 그루를 선의로 주었지만, 나무꾼은 그 도끼로 숲의 많은 나무를 베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대북지원은 남침 능력만 강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적대적인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지속적인 관용이 있어야 한다. 3년의 전면전과 60년의 냉전을 겪고 있는 남북한이 상대의 마음을 단기간에 얻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마음보다 행동이 협력적이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상호협력을 실현시키는 방법은 상호주의가 거의 유일하다. 적대적인 상대에게 모조건 강경하거나 무조건 유화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호협력에 도움 되지 않는다. 대신에 상대의 행동과 유사하게 대응하는 것이 상호협력을 실현시킨다. 만일 상대가 나의 행동대로 행동한다면, 나의 협력은 곧 상호협력이고, 나의 적대는 곧 상호적대이다. 상호적대보다 상호협력이 더 나은 상황에서는 내가 협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북정책 기조가 승공(勝共)이었던 20여년 전, 필자가 남북한 공영(共榮)을 위한 상호주의 대북정책 제안했을 때 비판이 있었다. 북한에게 호의적 행동을 먼저 행한 후 그 다음부터는 북한의 행동과 동일한 선택을 하는 상호주의는 대북 유화 정책이라고 비판되었다. 그러던 대북 상호주의는 대북정책 기조가 포용(包容)이었던 10여년 전에는 북한의 상황을 외면한 대북 강경 정책이라고 비판되었다.

 

필자는 7년 전 한 외국 학술지에서 상호주의가 반드시 등가(等價)적, 즉 쌍방의 협력 크기가 같을 필요는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상대 행동 그대로 즉시 반응하지 않더라도 상대 행동에 따라 규칙적으로 반응한다면, 상호협력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의적/적대적 행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그대로 행동하는 것뿐 아니라, 일정 시차를 두고 일정 비율만큼 상대 행동에 따라 대응하기만 해도, 상호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상대 행위에 따른 조건부 협력이 상호협력 실현에 중요한 것이다.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은 정권에 따라 정부 정책이 뒤바뀌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 대북정책 기관들도 정권에 따라 정책이 심하게 바뀌는 부처이다. 대북정책 부처가 사법부처럼 독립되어 초(超)정권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대북정책은 국내정치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무릇 정책이란 일관성을 지녀야 정책 효과를 갖게 된다. 대북정책의 일관성은 상호주의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에 호의적이냐 적대적이냐는 것은 엄밀한 정책적 기준이 아니고 정책 일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 단순한 강경/온건의 대북정책 스펙트럼으로는 남북한관계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에 의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대북 강경이나 대북 유화이냐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북한 협력을 남한 협력의 조건으로 보느냐로 논쟁되어야 한다. 북한의 행동에 따른 대북정책이 되어야 함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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