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5 11:59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동시
일반기사

동화

송현섭

아이에게 젖은 구름 한 장을 선물하자 오전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훌쩍이는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바삭바삭한 가을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엔 잃어버린 빨간 우체통을 하나, 둘, 세 개나 찾았습니다

 

아파트 6층 전나무 까치부부는 삼사일 꽥꽥 다투더니 뿔뿔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얽히고설킨 빈 둥지로 지나는 해가 지글지글 프라이팬 속으로 저물었습니다

 

하루를 반쯤 갉아먹다 아이는 잠들고 나머지는 딱딱한 내 몫이 되었습니다

 

이제 스물하고도 아홉 날이 냉장고 안에서 오들오들 떨며 옹그리고 있었습니다

 

천둥번개는 없었습니다 까치부부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전나무 푸른 어둠이 아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이불속 달아난 잠이 달빛 싸한 베란다 빨래건조대에서 똑, 똑, 똑, 울고 있었습니다

 

※송현섭 시인은 원광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1992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시부문 당선.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