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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에 바란다 - "외국 프로그램 적고 장르 모호"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전주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들은 판소리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집중도가 높은 음악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명창들이 공연한 학인당은 특히 공연뿐만 아니라 마당과 한옥의 풍경도 아주 빼어나 듣는 사람들을 더욱 설레게 한 것 같다. 외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고 처음 판소리나 산조를 들었다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나가야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리축제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이들이 아마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서인지 성인 프로그램에 까지 많이 찾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린이나 학생들의 전통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성인프로그램들도 학생들을 고려해 정보를 더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소리축제를 많이 즐길 수 있었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 전통음악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수준 높고 깔끔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세계축제로서의 한계도 많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소리축제에서 전체적으로 주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했다. '소리 한상 가득'이라는 주제는 머리속에 바로 이미지가 떠 올리려지지 않는다. 특히 외국의 프로그램들은 좀 더 많아지고 이들을 포괄하여 머리에 탁 떠오르는 주제와 구호로 제시되면 좋겠다.

 

외국의 프로그램 수가 적었고 또한 공연된 외국프로그램들이 누구를 타겟으로 어떤 장르를 발굴하여 온 것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해마다 주제를 정해 양질의 외국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 소리축제가 개선해야할 중요한 방향으로 보인다. 주제는 남미, 유럽, 동구유럽, 중동, 아프리카, 이슬람 등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할 수도 있고, 또는 세계의 창극류, 판소리류, 악기와의 병창, 또는 농민음악 등의 장르별 주제를 선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앞까지 주제를 미리 공고하고 관련 음악들을 세계적으로 발굴하여 수집하면 소리축제가 전라북도민을 넘어서 더 많은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주제에 따라 반복적 방문도 늘어나고 새로운 관람객도 호기심을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다.

 

학인당에서의 판소리 공연에서는 한글과 영어 자막이 나와 보는 사람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다른 곳에서는 영어설명이 아주 간단하였고 한국가사들도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한글과 영어 자막이 동시에 갖추는 것이 필요해보였다. 명인홀에서 공연된 국수예술단의 공연도 한글자막과 영어자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천성 천극의 한 장면을 공연할 때 한글자막이 부실해서 답답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대폭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한옥마을에서의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축제가 발전해야할 좋은 모델로 보인다. 세계에서 발굴한 좋은 프로그램들이 한옥마을에서의 공연처럼 이루어진다면 소리축제가 세계축제로 성정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판소리와 관련된 한국 음악과 세계의 음악을 잘 발굴하여 한옥마을에서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공연하면 관람자를 계속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의 좋은 전통 음악들을 발굴하여 소리축제로 모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즐거운 공연을 제공한 소리축제 당사자들에게 감사드리며,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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