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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남원 출토 사리기 - 연꽃 모양 독특한 조형미 뽐내

 

사리기(舍利器)는 사리(舍利)를 모시기 위한 장치이며, 주로 탑에 봉안되었다. 사리는 원래 석가모니의 유골을 일컫는 말인데, 석가모니 열반 후 이루어진 다비에서 수습된 사리는 처음에는 여덟 개의 탑에 봉안하였다가 이후 8만 4천 탑에 나누어 넣었으며, 불교의 확산과 더불어 중국을 거쳐 우리 땅에도 전해졌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사리가 모두 석가모니의 유골, 즉 진신사리(眞身舍利)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황룡사 목탑·태화사 탑·통도사 금강계단 등 극히 일부에만 진신사리가 봉안되었다고 한다.

 

희귀한 진신사리를 대신하여 법신사리(法身舍利)를 주로 봉안하였는데, 불상과 불경 같은 것은 물론이고 금·은·수정마노 같은 보석 등도 법신사리의 한 종류이다.

 

이처럼 귀한 사리는 3중, 4중으로 장엄하였다. 사리는 수정이나 유리용기에 담았으며, 이는 다시 금이나 은으로 만든 사리내함에 넣었다. 이 사리내함은 다시 금동으로 만든 외함에 넣어 탑에 봉안하는 것이 통례였다.

 

국립전주박물관에는 매우 특이한 사리기가 있다. 이 사리기는 비록 금이나 은으로 만든 내함은 없지만, 다른 사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형미를 뽐낸다. 연꽃에서 가지가 뻗어 다시 활짝 핀 연꽃으로 구성된 대좌 위에 4과의 사리를 봉안한 사리병을 올려놓고, 그 위에 사모집 형태의 뚜껑을 덮었는데, 측면에는 넝쿨무늬와 보살상을 투각하였다. 아울러 연꽃에서 뻗은 4개의 작은 연꽃 위에 불법을 수호하는 존재인 사천왕이 올려져 있다. 투각된 사리외함의 뚜껑이 불국사 석가탑 사리기와 유사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통일신라 8세기~9세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연꽃 위에 사리를 올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진흙 속에서도 청초한 꽃을 피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연꽃. 이 연꽃을 불교에서는 근원적인 가르침으로 여겼으며, 이 꽃을 통해 극락세계에 태어난다고 믿었다. 아울러 진리의 부처, 비로자나불이 머무는 세계를 연화장 세계라고 불렀다. 부처 그 자체를 의미하는 사리를 가장 청정하게 봉안하고자 한 의지가 담겼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사리기가 국립박물관에 오게 된 기록을 살펴보면, 1971년 7월 30일 최모씨에게서 압수하였다는 기록이 눈에 띈다. 아마도 최모씨가 불법적으로 입수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언제 어디에서 입수한 것이 소상히 밝혀졌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남원 어느 절터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만 전한다. 현재 남아 있는 남원지역의 통일신라시대 석탑은 실상사 삼층석탑 2기와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이다. 이 사리기는 두 탑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통일신라시대 사찰이 남원에 있었던 것일까.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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