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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판소리 본향' 명성 무색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0명'…광주·전남 8명과 대조

"전북은'대한민국 국악의 수도'라는 듣기 좋은 허울만 갖고 있다."

 

이는 문화재청(청장 김 찬)이 최근 전남 출신인 신영희(71·춘향가) 명창과 고수 김청만(67)씨를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로 지정 예고하면서 전남은 판소리 중요무형문화재가 8명이 된 반면 전북은 단 1명도 보유하지 못한 현실에 따른 자조섞인 지적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7일 신영희 명창과 고수 김청만씨를 판소리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고, 김영재(66)씨와 이보현(60)씨 등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산조 보유자로 지정했다. 이로써 광주·전남은 성우향(80·춘향가) 성창순(79·심청가) 박송희(86·흥보가) 송순섭(77·적벽가) 남해성(78·수궁가) 명창과 고법 정철호(85)씨 외에 인정 예고를 받은 2명(30일 이상 이의 제기가 없을 경우 심의 통해 보유자 인정)까지 포함하면 총 8명의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를 갖게 된다.

 

반면 판소리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던 전북에서는 현재 판소리 보유자가 한 사람도 없다. 보유자들이 전수교육조교를 지정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거나 관련 제도가 생기기 전 교육을 받은 까닭에 증명할 길이 없어서다. 이들이 뒤늦게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자 문화재청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을 할 때 우선순위로 판단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일각에선 문화재청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을 위한 정책이 일관성을 갖지 못했다고도 질타했다. 보성·광주·나주 등에서 뿌리를 둔 서편제의 경우 '심청가'만 해도 故 정권진 명창과 2007년 자격이 박탈됐으나 이수자가 존재하는 조상현 명창(74), 성창순 명창 등 3명을 선정한 것 외에 '춘향가'로 성우향 명창까지 보유자 지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전북에서 맥을 이어온 동초제의 경우 여성으로서는 판소리 다섯 바탕을 처음 완창한 故 오정숙 명창은 전수교육조교였던 은희진 명창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문화재청이 전수교육조교 추가 신청 공고를 내지 않아 무시당한 꼴이 됐다.

 

판소리를 연구하는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보유자 지정 여부는 전북이 국악의 고장이라는 주도권을 가질 상징적 의미"라면서 "올해가 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된 지 1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가칭)이 제대로 제정될 수 있도록 전북 판소리계가 관련 논의를 선점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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