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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라도 이랬을까?

▲ 김정엽 문화부 기자

지난 23일 '인물-파노라마'전이 열린 전북도립미술관. 평소 주말과 다름없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학예사들도 관람객들에게 전시 설명을 하고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업무에 충실했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단 하나 미술관 천장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상황만 빼면 말이다.

 

이날 오후 3시께 미술관 내부에 누수 사고가 발생하면서 1층에서 2층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계단 등 모두 3곳의 천장에서 물이 흘러 내렸다.

 

미술관 내부 이곳저곳에 임시방편으로 물통을 설치했지만,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물은 바닥으로 계속해서 흘렀고 이를 청소부 한 명 만이 힘겹게 닦고 있었다.

 

물이 흘러 내리는 가운데서도 차분했던 실내 분위기와는 달리 미술관 옥상에서는 가득 찬 물을 빼기 위해 시설 담당 직원들의 사투가 벌어졌다. 이들은 감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두 발을 고인 물에 담근 채 전기 장비를 이용, 막힌 배수구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배수가 늦어지면서 '양수기를 사용하면 더 효율적이다'는 기자의 얕은 훈수가 오히려 이들에게 짐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자신들의 임무'에 맞게 '자신들의 할 일'만 하고 있던 도립미술관 학예사들의 모습은 역시 프로다웠다. 한 학예사는 미술관을 찾은 지인들에게 전시 설명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누수가 바로 앞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일만 하기에 바빴다.

 

취재를 나간 기자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다른 학예연구사는 "이게 기사거리가 되나요?"라며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이어갔다.

 

학예사들은 끝까지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 7시가 다 돼서도 옥상의 물이 빠지지 않았고 여전히 누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학예사들은 물이 새고 있는 미술관을 뒤로한 채 오후 6시에 '칼퇴근'했다.

 

물론 학예사들에게 물을 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모든 시설 담당 직원들이 옥상에서 물을 빼고 있고 여전히 미술관에 누수가 발생해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뒤로하고 '프로다운' 행동을 보여준 학예사들의 모습에서 '내 집이라도 이랬을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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