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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갖는 신뢰를 학교가 이용하지 말라

▲ 이화정 교육부 기자
자립형 사립고인 상산고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 파문으로 ‘학교 설립 이래 가장 시끄럽고 힘든 날’을 보냈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오명(汚名)을 받아온 전북에서 명문대 진학률을 높여온 명문고가 각종 언론사 뉴스를 도배하며 비난을 받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상처로만 남은 이 사태가 잘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교과서 파문으로 상산고를 취재하면서 이 학교가 진짜 명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학교와 이사장·교장·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신뢰 때문이다.

 

지난 4~5일 취재에 응한 학생들은 “상산고 재학생·졸업생들은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오피니언 리더들이 되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훼손됐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은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이념 논쟁 때문이 아니라 교과서로 사용하기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대목이 많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이들은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않은 학생들도 사태의 심각성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논의하고 있으며 학교가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면서도 “다만 학생들의 신뢰를 학교가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또 “언론이 자극적인 마녀사냥식 보도는 지양해줄 것과 학교와 학생들이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줄 것”도 요구했다.

 

학생들의 이같은 성숙한 태도는 이번 사태가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 학교 측과 비교가 됐다.

 

과거 상산고가 학부모의 지지와 존경을 받은 것은 명문대 진학률이었으나, 그 역사를 통해 면면히 흘러내려온 것은 학교를 향한 자부심·신뢰감이었다.

 

이제 바통은 학교 측으로 넘겨졌다. 6일 학교 측 간부회의를 통해 교과서 철회 여부를 재검토한다고 한다.

 

학교와 어른들의 정직한 고해성사가 우선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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