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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출산율 획기적 제고방안] '맞고 낳을래, 그냥 알아서 낳을래?'

화려한 싱글들로부터 '양육세' 강제 징수해 결혼한 어여쁜 부부들에게 몽땅 지원한다면 너도나도 결혼도 하고 줄줄이 아이도 낳고, 그러지 않을까?

   
▲ 전주시내 한 마트에 설치된 임산부 주차장.
 

그 여자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정규직이니 대과만 없으면 거의 환갑까지 쭉 갈 수 있다. ‘칼출근’에 ‘칼퇴근’을 고려하면 대기업보다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다.

 

나이 40줄이 코앞이지만 결혼은 한마디로 별로다. 부모의 성화 때문에 가끔 맞선이라는 걸 마지못해 보긴 한다. 웬만한 남자는 안중에도 없다. 일이 될 리가 없다. 어쩌다 구미가 좀 당긴다 싶은 남자는 그쪽에서 딱지를 놓는다.

 

그 여자의 취미는 여행이다. 주말에는 ‘화싱(화려한 싱글)’이나 ‘돌싱(돌아온 싱글)’ 친구들하고 어울려 가까운 바닷가나 산을 다녀온다. 연휴에는 월차를 며칠 얹어서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를 여행한다. 휴가 때는 당연히 유럽, 남미, 미국, 호주 같은 원거리다.

 

일찌감치 결혼한 친구들이 안쓰럽다. 애들 키우느라 자신처럼 근사한 여행 한 번 제대로 떠나지 못하는 걔네들, 인생이 다 한심해 보일 지경이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적힌 표어가 전국 방방곡곡에 나붙은 시절이 있었다. 범국민적 ‘산아제한 운동’이었다. 아주 먼 옛날 얘기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그림 같은 시절이었다. 이제는 숫제 ‘그림의 떡’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산아제한에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요즘에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들 해서 문제다. 지금은 저출산 경쟁에서 전 세계적으로 톱 랭킹을 다툰다. 그 대표적인 원인과 현상 중 하나가 혹시 앞서 보았던 ‘그 여자’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뭐든 한다면 한다. 끝장을 볼 줄 아는 우수한 DNA를 보유한 국민이다. 이런 우수한 DNA를 ‘그 여자’들처럼 혼자만 재미나게 살겠다고 썩혀서야 어디 되겠는가. 인류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인구는 더 많아져야 하는 거 아닐까.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간에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청년 취업의 어려움, 집값 상승, 열악한 보육환경, 날로 치솟는 교육비 등의 사회적 환경이 고령 미혼자 양산과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한번 돌이켜 보자. 옛날에는 성년이 되었는데도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기르지 않으면 어른은커녕 사람 취급도 제대로 안 해 주었다. 시집 간 딸자식이 아이를 못 낳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뿐인가. 늙으면 극진하게 봉양 받을 수 있었으니 자식들 여럿인 게 부자였다. 자식들이 연금이었다. 든든한 노후대책 수단이 따로 필요 없었다.

 

요즘에는 자식만한 애물단지가 없다. 무자식이 상팔자다. 키우기도 옛날보다 몇 십 배 힘들다. 부모봉양은커녕 늙은 부모에게 빌붙어 등골을 휘어놓는 게 대세다. 자신의 꼴이 그러하고 미래가 빤한데 누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싶겠는가.

 

지금 한창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세대는 또 어떤 이들인가. 저만 아는 개별화된 세대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해하고 상생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성장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세대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만 배워 온,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진 세대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아야 유지되는 결혼생활이 지옥 같아 보일 수밖에….

 

저출산이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는 심각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자치단체나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갖가지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림처럼 가는 곳마다 임산부 전용 주차장까지 등장했다. 과연 그걸로 해결이 될까 싶다.

 

요즘 세대의 특성상 현행 출산장려정책은 한계가 있다. 이쯤 되면 ‘약발’이 확실한 걸 쓸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좋게 얘기할 때 결혼해라’다. ‘맞고 낳을래, 그냥 알아서 낳을래?’다. 이름하여 ‘양육세’를 강제로 징수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나이 스물여섯이 넘었는데도 저 혼자만 재미나게 살려고 하는 여자, 서른이 지나도록 결혼하지 않는 남자(네 살 차이는 환상의 궁합이라니까)를 모조리 ‘색출’해낸다. 그들 각자의 전체 수입 중 절반에 무조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일찌감치 결혼한 기특하고 어여쁜 부부들에게 그걸 몽땅 지원한다. 임산부 전용 차로와 전용 무료주차장을 운영한다. 임산부는 영화도 공짜, 택시도 공짜, 마사지도 공짜다. 비즈니스 클래스에 태워서 정기적으로 여행도 보내준다. 물론 공짜다. 산부인과 진료비? 기저귀 값, 분유 값? 유치원비? 그거야 말하면 입만 아프다.

 

내 것을 남에게 빼앗기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세대의 특성상, 이런 정책을 법으로 집행하면 너도나도 결혼도 하고 줄줄이 아이도 낳고, 그러지 않을까? 입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서 뭐하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그런 중차대한 일은 외면한 채 지방선거 입지자들 줄세우기에만 골몰하고들 앉았으니 동네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거, 이 땅의 수많은 ‘그 여자’들에게 한 사흘 밤낮에 걸쳐 동네북처럼 두들겨맞을 소리는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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