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국회의원 현안 해결 의지 없어
전북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최근 20여년 만에 ‘무장관 무차관’ 사태가 벌어져 탄식과 허탈감으로 뒤덮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호남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탕평의 약속이 온데간데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 2기 내각에서 중앙무대와의 인맥은 끊어진 상태다. 재경전북도민회 송현섭 회장은 “현 정권이 전북에 대해 홀대를 넘어 가혹한 탄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며 서러움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도내 정치권은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이 막판 퇴진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집단적 항변조차 못하고 있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지역적으로 농민들은 쌀 관세화 결정을 두고 논바닥을 갈아엎는 등 격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고, 지리산 권역 케이블카 유치경쟁은 ‘친환경 설치 허용’이라는 정부의 관광산업 대책에 따라 자치단체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제2서해안 고속도로 건설도 2017년 추진되지만 전북구간은 사업순위에 밀려 언제 개통될지 모른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중앙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논의가 달아오르면서 전북의 일부 지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등 정책갈등의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그들이 보기에 어설프거나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그런 정치권을 의지하고 기대하는 도민으로서는 얼마나 답답한 노릇일까. 언제 어디서부터 편중 인사와 불균형 개발이 시작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있든 이처럼 곳곳이 갈등이 심해지게 된 제도적 책임은 정치권이 져야 한다. 이들 한심한 현상은 현안에 대한 특정 정당 일색인 국회의원들의 자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흉흉한 민심을 외면한 오만, 정책조정력 부족, 서민 생계를 내팽개친 무지, 독단적 행보가 대중적 이미지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가.
눈앞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지만, 그러한 고민이나 자기 변화에 대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양상이니 심각한 위기감을 공유하지도 못하고, 지역쇄신의 방향성을 합의하지도 못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나 홀로 정치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호남지역 야당 국회의원들 편한 세상 다 갔다”고 조롱 섞인 호언을 하겠는가. 향후 20개월 동안 선거가 없다고 안심할지 모르지만 이는 유권자의 기억력에 도전하는 것이다. 성 밖에는 새누리당과 무소속 등의 검객들이 버티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전북은 11명의 국회의원(당시 민주통합당 김윤덕 등 9명, 통합진보당 강동원, 무소속 유성엽) 중 7명이 초선으로 새 진영을 갖췄다. 그렇다면 쇄신다운 쇄신도 있었는가. 부대가 새 부대인 것은 맞을는지 모르나 그 안에 새 술이 담겼는지는 의문이다. 지역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의 우선순위도 불투명하게 굴러가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곤란하다. 그러나 동이 트기 전 어둠이 가장 짙다. 해가 솟아오르려 하는데 어두움에 눌려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바로 성장의 깃발을 만들어야 할 때다. 문제는 팀워크와 집중력이다.
공동체는 거대한 톱니바퀴다. 정합성(整合性)을 유지하면서 크고 작은 바퀴가 제자리를 잡고 정확하게 맞물려야 쇄신에 동력이 붙을 것이다. 혼자 돌아가면 나머지는 겉돌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건강한 야당이 존재해야 여당도 똑바로 서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재미 봤던’ 지역 냄새가 벗겨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도 지역소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공기업 임원이나 기웃거리던 관행이 계속된다면 백전백패다. 지역현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달라. 정치인들이 국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어떤 리더십으로 시간을 다룰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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