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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문화의 가치] 고급 전통문화 갈망, 현대사회서 주목

▲ 영국 왕실 윌리엄 왕세손과 아들 조지 왕자. 연합뉴스

가끔 문화상품과 기념상품을 혼동하는 경우를 접하곤 한다. 물론 서로 유사한 부분도 있겠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기념상품은 여행지를 기억하고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상품으로 담겨지는 문화나 컨텐츠가 꼭 고급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문화상품과 크게 다른 점이다.

 

반면에 문화상품은 말 그대로 상품에 문화가 담겨있어야 하며 담겨진 문화의 가치로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고 경쟁력으로 인식되기에 담겨지는 문화에 가치가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은 21세기 들어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세계시장의 주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세계 인류의 30%를 차지하는 인구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전체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보편적인 삶에서 특별한 삶이라는 인생의 목표가 상향 조정되면서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왕위계승 서열 4위의 공주가 태어나 대중매체에서 떠들썩 한 적이 있다.

 

자료에 의하면 영국왕실을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소진한 국비는 대략 550억 원 정도로 이를 위해 영국 국민은 매년 많은 금액의 추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이 왕실의 유지를 선호하는 이유에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왕실브랜드’로 인한 국가브랜드 이미지 상승의 효과가 크고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왕실을 이루는 로열패밀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상품이 되어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게 된다.

 

과거 다이에나비가 고급 문화산업에 미친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다이에나비를 잃음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도 대충 짐작이 가는 일이다. 다이에나비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영국 왕실의 스토리전개가 이제는 새로운 왕세자빈과 왕세손으로 옮겨가면서 ‘케이트비 효과’, ‘케임브리지왕자 효과’ 그리고 최근의 태어난 공주의 이름을 딴 ‘샬럿공주 효과’까지 로열패밀리의 이름이 붙으면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경제적인 효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아직도 군주, 즉 왕이 존재하는 국가는 많다. 왕의 권력이 막강한 전제군주제는 주로 중동의 몇몇 국가와 소수의 지역에 제한되어 있지만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입헌군주제는 왕의 권력이 많은 부분에서 제한되고 정치와 완전히 분리돼 왕의 지위와 왕실의 재산만을 유지 관리하는 제도로 세계에 38개 국가에서 유지하고 있다. 입헌군주국가에서의 왕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왕실의 유지, 즉 고급스러운 전통문화의 유지라는 목적이 가장 크기 때문에 입헌군주제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이론적으로는 계급의 차별이 없는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 문화혁명을 거쳤다.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절대적인 고급의 전통문화가 실종되었고, 근래에 들어 비약적인 양적인 성장 속도만큼 질적인 성장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안게 되었다. 심지어 얼마 전 중국의 중앙전당대회에서는 한국의 창의적인 사고는 중국의 현 체계로는 불가능하다는 자조적인 발표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더욱 향상된 문화수준에서 살기를 원한다. 궁극적으로 과거의 왕이나 귀족이 누렸던 화려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려한 생활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왕실의 생활은 모든 이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간접적인 방법이라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지면서 많은 유럽의 명품브랜드가 고속 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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