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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세 시대] 정신행동증상에 의한 치매

초기 약물치료 통해 증상 악화 늦춰야

▲ 박종일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 매 12분에 1명의 치매환자가 발생한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여러 퇴행성 질환이 증가하기 시작하고, 노인성 치매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전라북도의 65세 노인 인구 비율은 18.2%로 전남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지역으로 치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전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일 교수의 도움말로 정신행동 증상으로 인한 치매에 대해 알아본다.

 

△정의 및 증상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대뇌 인지기능의 저하를 나타내고, 전과는 다른 행동 및 심리증상을 동반하며, 이로 인해 스스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는 기억력 장애, 언어능력 장애, 집중력 장애, 시공간능력 장애, 실행능력 장애, 판단력장애, 지남력(시간·장소·사람을 아는 능력) 장애 등이 나타나며, 원인에 따라 초기에 나타나는 주증상이 다르다. 대표적인 인지기능장애는 기억력 장애이며, 치매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단기 기억력 장애다. 정상인 경우에도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정상에서는 주변에서 단서를 주는 경우 그 기억을 스스로 다시 떠올린다. 하지만 치매환자들의 경우 경험한 것의 전체를 잊어버리고, 단서를 부여해도 스스로 다시 떠올리지 못하신다는 점에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와 차이가 있다.

 

치매의 경과 중에 때때로 환자들은 여러 정신행동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울, 불안, 망상, 의심, 환각(착각), 무감동, 배회, 초조, 공격성, 수면장애 등이 있다. 쓸데없는 물건에 집착하거나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행동, 원래 성격과 달리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것도 치매의 한 증상일 수 있다.

 

기억력 저하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가족들이 감내하면서 생활하지만, 정신행동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가족들의 고통은 증폭되며 병원이나 요양시설 입소를 생각하게 만들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주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종류

 

치매는 70여가지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며, 따라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발병 원인에 따라 대뇌퇴행성질환으로 인한 치매(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으로 인해 뇌세포나 신경망이 약해지거나 죽어서 발생), 혈관성 치매(뇌경색, 뇌출혈로 인해 발생), 기타 치매(우울증, 갑상선질환, 영양부족, 알코올, 약물중독, 뇌종양 등이 원인)로 나뉜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약 70%)와 혈관성 치매(약 17%)가 국내 치매의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알츠하이머 병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주된 퇴행성 뇌질환의 하나이며, 서서히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기억력 저하가 주 증상이다. 초기에는 단기 기억력 장애가 있으며, 대화 중 같은 말이나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돈계산, 은행 업무의 처리, 길 찾기에 어려움을 경험하며, 때때로 우울 불안 의심과 같은 정신행동증상을 동반한다. 이후 증상의 지속적인 악화를 보이면서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 옷입기 목욕 식사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보호자에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뇌속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 이상 현상으로 최근 아밀로이드베타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의 대뇌축적에 대한 연구에서는 치매가 발병하기 10~20년 전부터 침착되기 시작한다고 밝혀지고 있다.

 

혈관성 치매란 뇌경색, 뇌출혈 및 피질하 병변과 같은 대뇌 혈관성 질환에 의한 뇌손상 이후 인지기능의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혈관성 치매는 기억력, 집행기능 등의 인지기능 장애를 나타내며, 초기부터 보행장애 편측마비 구음장애 소변실금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뇌혈관 질환이 치매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치매를 유발할 만큼 뇌손상 영역이 크거나 영역이 작더라도 시상과 같은 뇌의 중요부위에 손상이 오는 경우는 치매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혈관성 치매는 계단식으로 증상이 악화되지만, 뇌백질의 허혈손 손상에 의한 피질하 혈관성 치매는 언제 발생했는지 알 수 없이 서서히 진행하기도 한다.

 

다른 신체질환은 스스로 자각하고 치료받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는 진행하게 되면 스스로의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걱정과 불안을 일으킨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진단을 받으면 비가역적으로 진행하는 질병으로 인식되지만, 치매 환자 100명 중 10여명 정도는 회복이 가능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회복가능한 원인은 우울증, 갑상선 질환, 약물 부작용, 영양문제, 양성뇌종양, 정상압수두증 등은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면 회복될 수 있다. 특히 우울증은 노인에서 인지기능장애가 흔히 동반되기 때문에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다. 만성질환, 고독감, 외로움, 사별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들로 인해 노인들이 우울감을 느끼는 경향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노인은 젊은이들과 달리 집중력과 기억력 같은 인지기능 장애가 흔히 동반된다. 이 경우 치매환자처럼 보이지만 진짜 치매는 아니며, 노인우울증을 가성치매라고 하기도 한다. 진짜 치매와의 큰 차이점은 우울증은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며, 경과가 양호한 편이다.

 

△진단 및 치료 방법

 

진단을 위해서는 숙련된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각 증상(인지기능장애·정신행동증상·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장애)의 발병과 양상에 대해 파악하고, 신체질환병력, 뇌손상여부, 약물 복용력 등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학적 진찰을 위해 신체진찰, 정신상태검사, 신경학적검사가 필요하며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가 필요하다. 인지기능장애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표준화된 검사(MMSE, CDR, CERAD-K SNSB)가 사용되며, 구조적·기능적 뇌영상검사(MRI, PET 등)를 실시한다.

 

퇴행성 질환이 원인이 되는 치매는 아직 완치가 가능한 약물이 없지만, 조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해 증상의 악화를 늦추고, 치매환자의 독립성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치매환자 돌봄에 사용되는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치매에 사용되는 약물은 인지기능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물과 정신행동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이 있다.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약물치료는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지속적인 복용을 하면 건강한 환자의 모습을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정신행동증상의 경우 정도에 따라 약물 용법의 조절이 필요하며, 적정량을 복약하는 경우 문제행동과 증상만을 조절하게 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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