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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을 담은 작지만 강한 브랜드를 키워야

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 전북역사·전통 결합한 / 토종기업 집중 육성을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전북은 끝없는 낙후와 추락으로 점점 황폐화해져 가고 있다. 인구 감소는 물론이고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있다. 20여 년 넘게 기업 유치를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가 요란을 떨었지만 이렇다 할 기업군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유치되었던 기업들도 하나 둘 보따리를 싸고 있다. 이미 유치 장려금으로 없는 살림에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여되고 난 뒤이다.

 

더 한심한 것은 빈수레만 요란하게 기업 유치를 외치는 와중에 묵묵히 일하며 지역에 뿌리박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현재의 전북에 타지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큰 시장이 없고 공항이나 항만을 비롯한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30년 가까이 면피용으로 써먹었지만 아직 매립도 요원하다. 전국적으로 노는 땅이 허다한데 누가 물 위나 맨 땅에 투자하겠는가?

 

가끔 갈등을 유발하는 투기나 공해 자본이 입질하며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전북은 대기업은 고사하고 전통적인 소주 브랜드도 없어진 유일한 지역이다. 그 흔한 1군 건설업체도 없다. 타 지역 술대접하며 하청 달라 떼쓰는 형국이다.

 

더 이상 오지 않는 대기업 짝사랑으로 세월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작지만 건실한 지역브랜드를 앞세워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지원하며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벤처를 비롯한 지역 토종 기업들을 지원 육성하고 1군 건설업체가 가능한 토양도 만들며 또 한편으로는 창업을 준비하는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골목 상권도 지역 브랜드로 지켜내야 한다. 타 지역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중소상인 살리기는 저들의 무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막아낼 수 없다.

 

지금도 틈만 나면 소비자 선택권을 들먹이며 약한 고리를 통해 잠식의 정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을 장악했다.

 

하지만 척박한 토양에서도 민관이 협력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다. ‘완주로컬푸드’는 정서적 자극에만 호소할 뿐 산품도 별로 없고 신토불이 하나로 버티던 박제화된 직거래 운동을 획기적으로 혁신했다.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가치와 결합하여 시장과 당당히 맞서며 소비형태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완주로컬푸드를 먹거리의 상징적 브랜드로 만들었다. 빵집으로 성공한 ‘군산 이성당’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 빵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대표적 브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다. 한옥마을은 역사와 전통의 지역을 브랜드화한 좋은 예이다.

 

남부시장 구석의 콩나물 국밥을 전북을 대표하는 먹거리 브랜드로 만든 ‘현대옥 콩나물국밥’도 있다.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현대옥 콩나물국밥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 특성과 결합된 대표적인 먹을거리로 전국적 명성과 함께 브랜드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예는 하찮게 보이는 작은 가게나 기업 일지라도 가치와 철학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첨가하면 전북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전북의 역사와 전통과 결합된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역기업들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민과 호흡해야 한다. 돈 벌어 땅이나 사는 졸부 근성을 버리고 양질의 브랜드 유지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투자, 지역 환원과 더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건강한 기업인이어야 지속 가능하다. 지역의 다양한 강소기업들이 성장할 때 지역의 미래가 있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 가치와 철학을 담은 산품을 만드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더디지만 낙후 탈출의 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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