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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강국 핀란드와 갭이어

고졸 후 진로탐색 갭이어 제도 / 우리나라에 정착 활용됐다면 / 뒤늦은 패자부활전 없을 수도

▲ 윤승용 서울시중부기술교육원 원장

또 다시 한해가 저물고 있다. 세밑의 연례행사는 당연히 송년회인데,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임에서의 단골 화제는 자녀들의 입시와 취직, 그리고 혼사 문제들이다. 대개 모임은 처음에 시국문제 등에 화제가 집중됐다가 종국에는 후배들은 대학입시, 동년배들은 취직 여부와 자식 결혼 여부로 귀결되곤 한다.

 

내가 직업교육기관에 봉직하고 있어서인지 아직도 자식들이 미취업 상태인 친구들은 “서울시 기술교육원이 무엇하는 곳이냐”는 등 취업문제 등에 관심을 집중한다. 여러 모임에서 자주 당하는 질문이어서 나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직업교육기관” “4차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급변하는 시대엔 평생직업이란 없다” “학벌이 아니라 기술이 밥 먹여준다”는 식으로 답해주지만 짧은 시간에 그들이 원하는 답을 속시원히 해주긴 쉽지 않다.

 

교육, 특히 직업교육에 관해 거론할 때면 난 꼭 2년전 둘러봤던 핀란드를 떠올린다.

 

핀란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교육강국으로 주목받은 나라다. 핀란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각국 교육정책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2000년부터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PISA)에서 3연속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최고의 교육 모범국으로 떠올랐다. 북유럽에 위치한 한반도의 겨우 1.5배 면적에 인구는 500만명, 자원이라고는 울창한 삼림밖엔 없는 이 나라가 1인당 GDP 4만5000달러(세계16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체계를 갖춘 강소국으로 발돋움한 배경은 핀란드만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이라는 평가가 잇달았다.

 

핀란드의 교육을 요약하자면 평등주의에 입각한 북유럽모델로서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전과정이 무료이고, 경쟁이 아닌 협동을 주 목표로 의무화한 초중등과정은 9년제 무학년제 종합학교에 보편적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학년제란 학급을 학년별로 편성하지 않고 개별학습집단으로 편성해 자기수준에 맞는 클래스에서 수업을 받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2~3명의 교사가 함께 시행하는 협력학습이 일반화돼 있고 선행학습이란 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무료인데도 정작 대학 진학률은 한국(68%)보다도 낮은 60% 선이다. 이는 대학교수나 의사, 변호사 등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의 세금을 제외한 실질급여가 용접공 등 기술직 종사자보다 크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없는 데다 직종간 급여 차이가 크지 않아 빈부격차가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때문에 대학교수는 공부에 특히 적성이 빼어나거나 관심이 높은 학생이 지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나라의 제도 중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진로탐색년제로 불리는 갭이어(Gap Year)제도가 보편화해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동안 여행이나 인턴십 등을 하며 진로를 탐색하는 제도인 갭이어는 배우 엠마 왓슨, 영국 해리 왕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딸 말리아 오바마 등이 활용해 주목을 끈 제도다.

 

올해 우리 기술교육원에 재학 중인 교육생의 절반이상이 전문대졸 이상이다. 평균 연령은 40대가 가장 많다. 즉 대부분의 직업교육기관 재학생이 대학 졸업 후에야 새로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제2의 면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이 고교 졸업 후 진로탐색을 위한 갭이어 제도가 정착돼 있어 이를 활용했더라면 대학 졸업 후에야 뒤늦게 ‘패자부활전(?)’에 나서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주변에서 어려운 대학입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과연 이들이 진로를 제대로 선택했을까라고 묻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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