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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보다 전주적인 '가맥' 2

술값이 싸다는 것이야말로 가맥의 가장 큰 장점이다. 유럽 사람들은 작은 병맥주 하나씩만 손에 쥐어도 한두 시간 대화를 나누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곁에 둔 박스에 빈 병을 가득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는 술꾼도 부지기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대학생들이나 서민들에게 가맥은 그런 ‘직성’에 딱 어울리는 맥줏집이었던 것이다.

 

전주 가맥에 가면 독특한 안주 맛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북어와 갑오징어와 계란말이다. 북어는 버터나 치즈를 발라서 고소하고 바삭하게 구워 내놓는다. 한때는 가맥마다 갑오징어를 두드리는 바깥주인의 쇠망치 소리가 골목길을 텅텅 울리곤 했다. 당근, 양파 같은 채소를 다져 넣어서 부쳐낸 계란말이를 먹어보면 안주인의 손맛도 가늠할 수 있다.

 

물엿과 각종 한약재로 달인 간장에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고 그 위에 마요네즈를 듬뿍 얹어 내놓는 장맛 또한 전주 가맥의 독특한 자랑거리다. 어느 집은 그 덕택에 성업을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 가맥에서는 그 옛날 골목길 슈퍼 특유의 정감을 찾기가 어렵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소음이 심해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맥주값이 웬만한 호프집 수준인 곳도 적지 않다. 진열대에서 무시로 집어다가 봉지를 북북 뜯어서 술안주로 먹던 새우깡이나 맛동산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스프를 섞은 생라면을 곁들이고 싶으면 근처 편의점에 가서 직접 사와야 한다. 그걸 곱지 않게 바라보는 주인도 더러 있으므로 그럴 때는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가맥, 그 이름이 ‘과메기’처럼 들리는 이들이라면 전주 가맥에 들러서 얼음맥주를 마셔볼 일이다. 대신 한 가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무슨 무슨 가맥’이라는 상호가 걸린 집은 대부분 ‘짝퉁’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맥은 ‘가맥’이라는 말조차 들먹이지 않는다. 그림처럼 ‘슈퍼’ 상호에, 그 옛날 골목길 구멍가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야 진짜 가맥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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