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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고 품어주는 따뜻한 은행이 되자

사회적 약자·취약계층에 ‘포용적 금융’ 확대 제공
국민경제 균형 발전 노력

▲ 김장근 NH농협은행 전북본부장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보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이야기가 나온다. 샤일록은 ‘방카’라는 테이블을 놓고 전당포를 운영했는데, 여기서 나오는 ‘의자나 계산대’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방카(Banca)’에서 현재의 은행을 뜻하는 단어 ‘뱅크(Bank)’가 파생되었다.

샤일록처럼 전당포업을 하던 유대인들은 금과 보석을 보관하고 보증서를 발급해주거나,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일을 했는데, 이것이 은행의 시초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은행업은 돈을 맡아서 ‘이자’를 주고,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맡은 돈에 대한 이자는 조금 주고,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높게 받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과거 연체기록을 보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신용을 측정할 수 없는 고객들에게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자금을 공급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하에서 금융 혜택이 주로 고소득자와 고신용자들에게 주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득과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되어 대부업이나 사금융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되었다. 낮은 이율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그 자금을 밑거름으로 해서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금난과 고금리의 늪에 빠져 힘겨운 생활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이런 금융 혜택에 대한 기회의 불평등, 소위 약자에 대한 ‘금융소외(Financial Exclu sion)’ 현상이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전통적 금융업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포용적 금융(Financial Inclusion)’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포용적 금융이란 여러 이유로 금융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재기의 기회를 주는 금융의 역할을 말한다. 이제는 은행이 사회적 약자와 금융 취약계층에게 금융이용의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면 은행이 손실을 볼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성공사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대학 교수였던 무함마드 유누스는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빈민 42명에게 27달러를 빌려 준 것을 계기로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다. 이후 3년 만에 500여 가구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났고, 98%에 달하는 높은 회수율을 기록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불식했다.

한사람의 작은 용기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주었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용기도 심어주었다. 또 ‘다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단초도 제공해주었다. 이것이 ‘포용적 금융’의 힘이다.

필자가 몸담은 은행도 오랜 기간 농업인과 사회·경제적 약자 지원에 힘써오고 있다. 과거 농촌에 고리대금업이 만연해있을 때 저리(低利) 대출로 고리채를 해소하고 농촌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서민층을 위한 금융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에 공헌해 오고 있다. 포용은 ‘함께’에 포커스가 있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안아주고, 품어주어 국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은행의 역할에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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