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폭염을 기록했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로 접어들자 “기분이 뒤숭숭하고 계절을 타는 것 같다” 거나 “기운이 없고 멍~ 하네요” 라고 말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변하면서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약간의 기분 변화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에 대해 전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철현 전문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일조량이 줄어드는 계절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오면서 해가 짧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생리학적으로 햇볕을 덜 쬐면서 체내에서 ‘비타민D’가 줄어들고, 멜라토닌이 늘어난다. 비타민D는 행복한 감정을 들게 해주는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해 행복감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D의 90%정도를 햇볕을 통해서 얻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일조량이 부족한 고위도 지역과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변화가 심한 온대지역에서 계절성 우울증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의 수면주기조절과 생체리듬 조절 등의 기능을 맡고 있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서 수면이나 진정작용을 유발해 우울한 기분을 만들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한 기분 또는 축 처지는 느낌을 경험한다.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인생에서의 어떤 사건이나 갈등,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우울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레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보통가을에 시작해서 겨울내내 우울증세를 보이다가 봄철이나 여름이 되면 호전된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무기력감, 식욕감퇴, 불면증 등이 주요증상이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증상이 조금 다르다. 수면과다와 무기력, 피로와 집중력 저하, 긴장이나 초조,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일반 우울증과 달리 식탐이 강해지는데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밥과 라면, 빵, 단 음식을 많이 찾는다. 잠들기 전에 이런 증상이 더 심해져서 야식을 먹고 체중이 늘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낙엽이 떨어져 있는 길을 홀로 걸으며 고독감을 느끼는 ‘가을타는 남자’ 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여성에서 생리, 임신, 출산, 폐경기 전후에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관여돼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저하돼 있기 때문이다.
△예방과 대처, 그리고 치료
계절성 우울증 예방법은 바로 활발한 활동과 햇빛이다. 햇볕을 많이 쬐면 생체 리듬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비타민D의 생성 및 멜라토닌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에는 낮 동안에 밖에서의 활동을 늘리고, 주위환경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바꿔 주는 것이 좋다.
낮 동안에는 커튼을 걷고, 의자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에너지를 높여주며 정신적, 신체적 만족감을 가져와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계절성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지만 우울증에 대한 정보부족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치료받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병은 잘 낫지 않는다, 치유가 잘 안된다, 약을 먹으면 중독된다’ 등의 편견들이 있는데 그러나 사실을 그렇지 않다. 적절한시기에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고 일상생활을 원활히 수행 할 수 있으며,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처 한다면 이전보다 더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 대처방법
- 가을철에는 가능하면 많이 햇빛에 노출되게 한다.
- 산책, 조깅 등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 매일30분 이상 낮에 외출을 한다.
- 스트레스를 줄인다.
-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 식단을 조절한다. (지나친 설탕과 밀가루 섭취를 피하고, 카페인을 줄인다.)
치료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잘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쓸데없는 감정을 소모 할 뿐 아니라 신체의 건강마저 해치게 된다. 말없이 속에 감정을 쌓아두면 우울증이 심해질 위험성이 커지므로 가족, 친구, 동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누구라도 편한 사람에게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우울증은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 보다 주위에서 함께 극복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에 주위에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는 지인이 있을 경우 먼저 다가가 도움을 준다면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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