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년호(1월 2일자)를 보면 1면에서 7면까지 무려 7개면에 걸쳐 전북의 미래 경제성장 방향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눈에 띄는 제목들을 보면 ‘수소 식품 금융 등 성장 동력 미래 자원으로’ ‘자율주행 상용차 수소차 동력 삼아 전북경제 으랏차차‘. 기사 하나 하나가 낙후 전북을 벗어나고자 하는 도민들의 간절함이자 절규였다. 특집호는 전북의 성장 방향과 방안들을 제대로 제시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이다. 이러한 전북도민들의 꿈이자 미래의 청사진이 과연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 것인지. 30년을 끌었지만 아직도 개발이 요원한 새만금에 지치고 멍든 우리 도민들에게 자칫 또 다른 가나안 땅을 꿈꾸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신년호 특집기사들을 보면서 혹시 우리가 아직도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빠져 성장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고,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의 행복점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물질적 충족이 행복의 필요조건임은 틀림없지만 물질적 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지속적으로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거기에 상응하여 기대치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결코 만족이란 없다. 가난했지만 이웃 간의 정이 넘쳤던 옛날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지금 세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성장보다는 개인성장,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경제성장보다는 행복성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치인과 관료, 재벌, 언론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성장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싶다. 경제성장에서 많이 뒤쳐진 우리 전라북도가 다른 지역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지역민들보다 더 높은 행복수준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앞으로 전북의 발전 정책은 경제 성장 정책 패러다임을 버리고 도민 행복 성장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사람들의 삶과 행복을 보살피는 것이 정부의 유일한 합법적 목적이다”라고 말한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을 상기해야 한다.
국가나 지역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 역시 공동지표가 아닌 개인지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총생산(GDP), 지역 총생산, 주택보급률 보다는 도민 개인과 관련된 실질임금상승률, 소비자 물가지수, 개인 가처분 소득 등의 지표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의 공연장 수, 도서관 수, 수영장 수 등의 지표보다는 인구 1,000명당 공연장 수, 도서대출 권수 등의 개인지표가 더 중요하다. 또한 이웃과의 관계 등 인간관계지수, 의료비 부담 및 의료혜택, 주택임대료 부담률, 하천과 상수도 수질, 미세먼지 농도 등의 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물질의 분배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zero sum)게임이다. 행복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같이 행복해지듯이 행복은 나눌 수 있고, 전파가 되기에 논제로섬(non-zero sum) 게임이다. 우리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낙후되었지만 도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수준은 전국 최고인 ‘사람 중심도시, 행복도시 전북’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도청에 ‘도민 행복본부’ 부서를 만들자. 이 부서는 도민 행복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정책 개발은 물론이고 도청의 모든 정책들이 도민 행복수준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자. 행복은 선물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베아티투도(beatitu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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