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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묵독 - 조재형

당신을 읽는 중입니다

읽을수록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가슴을 열람하고

옆구리를 빌립니다

모음으로 된 당신의 뼈

자음으로 된 당신의 살

감탄 부호로 찍힌 음성

수억의 관문을 뚫고 입성한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당신을 열독한 일입니다

언제일까요

폐문을 맞이하는 날

이별을 박차고 이 별을 나설 테지만

당신이라는 양서를 택한 나는

우등 사서(司書)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복사할까봐

차마 낭독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외웁니다

 

▲ 지구상에서 소리 내지 않고 나의 속마음까지 읽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참 잘 살아온 것일 게다. 분명 나의 심장 구석에 감추어진 고뇌까지도 묵독할 테니까 말이다. 무관심은 뜨거운 가슴을 내어주어도 모르고 지나친다. 그러나 ‘감탄 부호로 찍힌 음성‘까지 열독을 하는 이가 있다면 긴긴 겨울밤이 외롭지 않을 터이다. 행여 열독이 들킬까 두려워 아무도 모르게 외울 수 있는 한 구절의 시를 밤새도록 읊는다면, 싸늘한 겨울 밤바람이 봄을 업고 올 것이다. 겨울눈이 연초록빛을 틔울 것이다. <묵독> 을 하기위하여 어떤 ’양서’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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