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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9 시민기자가 뛴다] 클럽 버닝썬 철저한 수사 요구한 전북 남성들의 목소리

성착취 카르텔 문제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남성들의 성찰

지난해 5월 전북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 지지 집회. 사진 제공= 문주현 자유기고가
지난해 5월 전북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 지지 집회. 사진 제공= 문주현 자유기고가

지난해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을 알리면서 확산된 ‘미투’(#metoo) 운동은 한국사회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발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에서도 연극계를 비롯해 곳곳에서 ‘미투’가 이어졌다. 전북지역 미투 운동은 여성들의 용기있는 말하기와 함께하겠다는 목소리, ‘위드유’(#with you)가 등장하면서 힘을 받았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북시민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전북시민행동은 미투운동의 지지와 함께 문화제와 집회를 여러 차례 열면서 미투 당사자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돈과 사회적 지위 악용한 성폭력 만연

정치계에서부터 체육계, 예술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드러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은 돈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침묵과 집단의 2차 가해도 비슷한 경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위드유 운동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투 운동을 응원하고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적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을 남성 혐오, 젠더 갈등으로 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남성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여성들의 미투 운동을 조롱하거나 비아냥 거리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성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화살이 돼 여성들에게 향해서는 안 된다. 웹하드에 버젓이 100원에 유통되는 불법 촬영 영상물에서부터 고 장자연씨 죽음, 김학의 사건 등 검찰의 과거사 재수사 문제, 클럽 버닝썬 사건과 남성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과 유포까지 남성에 의해 벌어진 성폭력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들 사건은 일부 남성 연예인 및 권력층의 왜곡된 성문화로 볼 문제의 수준을 넘어섰다. 경찰과 검찰, 사법부의 유착과 성 접대까지 개인이 아니라 남성 집단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전북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자성하는 남성들의 조직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남성들의 위드유와 자기 반성

지난 3일 전북에서는 주목할만한 남성들의 목소리가 성명서를 통해 발표됐다. ‘여성의 몸을 이용한 성착취 카르텔 범죄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전북지역 남성시민 성명 참가자’라고 소개한 49명의 전북 시민이다. 이들은 클럽 버닝썬 사건, 고 장자연 씨의 죽음, 김학의 사건, 몰카 촬영 문제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범죄들을 ‘성착취 카르텔 범죄’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많은 여성단체들과 시민들이 이들 사건에 대한 규탄과 해결을 촉구하는 과정을 목격하며 “남성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며 성명을 준비했다는 두 남성이 주축이 돼 약 40여 명의 남성들이 동참했다.

이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성범죄를 자행하고, 약물강간이 횡행하며, 불법촬영물이 버젓이 생산, 소비, 유통되는 과정을 볼 때,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조직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이뤄졌지만 여성의 몸을 이용한 범죄라는 점,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폭력이 산업화 되고 이를 공권력이 비호하는 상황은 가히 카르텔 범죄라고 할 만하다고 봤다. 그래서 이들은 ‘성착취 카르텔 범죄’라고 칭했다.

그리고 이들은 남성으로서 침묵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자기 반성도 성명서에 담았다.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는 이 카르텔의 끔찍함에 치가 떨립니다.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국가와 공권력이 이러한 범죄 앞에 없었다는 것에 분노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역시 남성으로서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 이와 유사한 장면을 외면하고 눈 감았던 순간은 없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일상에서의 성차별과 불평등이 묵인되면서 여성시민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성명서 내용 중에서

이 성명서에 동참한 한 남성은 “성착취 카르텔, 이 사회의 한 남성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철저한 수사로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고, 가해자들에겐 강력한 처벌, 그리고 우리 사회와 남성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할 때이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남성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서는 성착취 카르텔 범죄가 철저하게 수사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5월 전북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 지지 집회. 사진 제공= 문주현 자유기고가
지난해 5월 전북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 지지 집회. 사진 제공= 문주현 자유기고가

△성착취 카르텔 범죄, 전북도 예외가 될 수 없어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부터 미투 운동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성차별은 결코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북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나가던 여중생을 전 여자친구와 닮았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폭행을 한 사건, 대학교에서 인권을 가르치던 강사들의 성폭력 사건, 전 유도 선수의 미투 등은 모두 전북에서 일어난 일들이며 강남역 살인사건 등과 닮아 있다.

또한, 전북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는 평등의 전화 상담 통계를 보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상담이 최근 5년 동안 약 3배나 늘었다. 전북여성노동자회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상담이 늘어난 것이라고 봤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국의 기업 접대비는 무려 10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이른바 유흥업소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용된 접대비도 1조원을 넘어섰다. 남성들의 성 접대가 산업적인 수준에 이른다는 것을 반증하는 통계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의 몸을 소비하고, 성폭력 문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왜곡적인 남성 문화에 대한 성찰이 전북에서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가운데 전북지역 남성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남성이 아니다’라는 말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적 환경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고자 한다는 이들의 다짐을 하나하나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하나. 경찰과 검찰은 ‘클럽 버닝썬 사건’, ‘고 장자연씨의 죽음’, ‘김학의 사건’을 어떤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서 단죄해야 합니다.

하나. 정부와 국회 특검 도입 등을 통해 권력의 유착 의혹에 대해 철저히 밝혀내고 엄중하게 처벌하는데 나서야 합니다.

하나. 우리는 여성시민을 착취하는 여성의 몸을 이용한 성착취 문화가 척결되고 성착취 카르텔이 해체되도록 다른 시민들과 힘을 모으겠습니다.

 

문주현 자유기고가
문주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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