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작은 감나무에
무너질 듯 노을빛 감이 주렁주렁,
수십 마리의 까치들이
엄마 품인 듯 모여든다
하지만 제 무게가 조심스러워
서로 자리 바꿔 공중을 날고
나뭇가지, 바람 리듬에 맞춰
새 엉덩이를 살짝 올려주는
내려다보면 하늘이 배를 움푹 넣으며
푸른 호수에 배를 띄우라네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시인은 행복하겠다. 이런 풍경에서 배려를 읽은 시인은 더 행복하겠다.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은 더욱 더 행복하겠다. 일상에서 조그만 일이라도 혼자 일어나는 일은 없다. 제 품을 기꺼이 내주는 감나무, 제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까치들, 까치들의 엉덩이를 떠받쳐주는 바람, 그리고 하늘까지 모두 서로를 배려해서 해 지는 하늘에 하나의 장엄경을 이루었다. 늘 누군가의 배려로 살아가는 나날이 고맙고 고맙다. /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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