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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조국 인사청문회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조국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무대에 오르기도 전부터 장외에서 뜨겁고 매서운 검증을 받고 있다. 후보자, 가족들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매일같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는 “서해맹산(誓海盟山)의 각오로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임전무퇴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앞으로 벌어질 조 후보자 인사 청문회장은 정권의 명운이 걸린 역대 최고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아는 모 대학 교수가 지난 정권 때 장관 후보자로 유력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장관은 차치하고 장관 후보자가 되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단다. 200개 항목이 담긴 사전 질문지에 질려버리고, 인사 검증 팀이 직접 들고 온 개인 신상과 관련한 산더미 같은 자료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단다. 인사 청문회 무대에 올라갈 후보자로 확정 발표되기 전까지의 사전 검증이 나름 철저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후보자들이 청문회 무대에 올라만 가면 온갖 부도덕, 탈법적 행위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다행히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후보자와 가족들이 치른 모욕과 마음의 상처는 평생 앙금으로 남을 것이다. 불행히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후보자는 희대의 파렴치범으로 낙인찍혀 재기가 불가능해진다. 그 가족들이 겪게 될 고통은 오죽하랴. 인사청문회가 열심히 쌓아놓은 한 사람의 평생 공든 탑을 무참히 날려버릴 수도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절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은 인정하지만 단지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해서, 선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해서 깜도 안 되는 인사를 함부로 중용 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여과 장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그 동안 인사청문회가 깜도 안 되는 수많은 인사들을 걸러냄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준 인사청문회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앞으로 개최될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는 틀림없이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정론, 무용론 여론을 정점에 달하게 만들 것이다. 역대 최고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 후보자 청문회 장면을 미리서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과거의 기억들을 동원한다면 안 봐도 비디오다. 벌써부터 시작되었지만 조국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후보자와 가족들의 신상 털기와 도덕적 흠집잡기에만 매달릴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와 아들 딸 부인 동생 등 가족의 티끌만한 흠집마저 끄집어내고,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척 하면서 심하게 공격할 것이다. 어떤 의원은 자기주장과 질문만 잔뜩 늘어놓고서 후보자의 대답은 못하게 막을 것이다. 또 어떤 의원은 “사퇴하세요” “사과하세요” 소리만 질러댈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이를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여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후보자를 보호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야 의원들 간에 막말과 심한 욕설이 오가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장내 질서유지와 정리를 위해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할 것이다. 정회와 속개가 거듭될 것이다. 조 후보자는 이날만 견뎌내면 된다는 심정으로 어떠한 굴욕적인 언사에도 저자세로 임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가다보면 청문회는 끝나고 만다.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혀를 내차면서 TV를 꺼버릴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청문회가 바꿔져야 한다. 최소한 미국처럼 도덕적 검증은 사전검증이나 비공개로 바꾸고 청문회는 오직 자질과 정책 검증에만 집중한다면 지금과 같은 부작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조국 청문회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주의를 부추겨 정치무관심을 조장시키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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