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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희망을 안겨 줄 ‘얼큰한 맛’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홍합, 바지락, 돼지고기를 넣고 빨갛게 끓여낸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각종 채소와 오징어, 새우를 올린 푸짐한 고명. 탱글한 면발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바로 짬뽕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면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여줄 소박한 음식으로 짬뽕만 한 게 없다. 그중에서도 전북 군산은 한 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짬뽕 맛집이 많다. 군산시는 ‘짬뽕시대로(路)’라는 이름의 짬뽕 특화거리 사업을 추진할 정도다. 군산을 찾는 관광객도 지난해 511만 명에 달했는데 여기엔 짬뽕 맛을 보려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군산 짬뽕의 역사를 보면 1899년 개항 후, 군산으로 진출한 화교들로부터 시작한다. 1961년 화교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는 ‘외국인토지법’이 제정되면서 화교들은 중식당을 열고 본격적으로 짬뽕을 팔기 시작했다. 군산은 바다와 육지를 모두 접하고 있어 농수산물이 풍부한 고장이고, 화교들은 다양한 재료로 군산만의 특색을 살린 갖가지 짬뽕들을 요리해 냈다.

최근 들어 군산 짬뽕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라면이 개발됐다. 군산 지역 7개 농협과 군산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군산 짬뽕 라면’이 그것이다. 군산의 특산물 중 하나인 ‘흰찰쌀보리’와 ‘밀’을 섞어 면을 만들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또 국내산 새우, 오징어, 홍합 등으로 시원한 국물 맛을 냈다.

필자가 직접 먹어보니 기존 라면보다 식감과 맛이 훨씬 좋았다. 전북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보리와 밀을 원료로 해 농가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맛과 건강까지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기준 보리 재배 농가는 약 3만 6천 호 수준이며 올해 보리 생산량은 약 20만 톤으로 평년 12만 톤 대비 약 1.6배가량 늘었다. 파종기부터 수확기까지 날씨가 좋아 재배면적 10a당 생산 단수는 지난해 341kg에서 올해는 457kg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보리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군산 짬뽕 라면’처럼 우리 국민들이 국내산 밀과 보리를 활용한 제품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정부가 비축해 놓은 국산 밀을 희망업체에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밀과 보리의 소비촉진을 위해 국산 밀과 보리 활용 제품 공모전 등 홍보활동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특히, 국방부와 협의를 통해 군대에서 수입품이 쓰이던 밀가루, 튀김가루는 내년부터 전량 국산으로 대체된다. 이로 인해 우리 장병들은 된장, 청국장에 이어 밀가루, 튀김가루까지 건강한 국산 농산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군납 등 신수요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내년 2월부터 시행하는 ‘밀산업육성법’을 토대로 농가 지원과 국산 밀 품질 고급화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군산 짬뽕 라면’과 같이 국산 밀과 보리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아울러 국산밀, 보리의 소비시장 확대를 통해 이들 작목이 우리 농가의 든든한 겨울철 소득 작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군산 짬뽕 라면’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어 대중화에 성공하고 군산 특유의 얼큰한 맛이 해외 수출로 이어지길 꿈꿔본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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