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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 독서, 인공지능 조차 이길 수 없는 인간다움

박제원 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옛날이나 지금이나 독서의 중요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채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말이야?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편지글은 가장 탁월한 독서 예찬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영상 매체가 많아지고 지식과 정보를 영상으로 재구성해 전달하는 전자시대이지만 ‘종이책 읽기’는 여전히 힘이 세다. 아날로그 인간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세상을 통찰하는데 독서만큼 유익한 방법은 없다.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부자가 되었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 중에는 독서에 게으른 경우는 드물다.

1996년 노벨상 수상자인 멜버른 대학의 피터 도허티(Peter Charles Doherty)는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은 독서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할머니가 내게 많은 책을 읽어 주었다. 그리고 6세부터는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애플의 3대 주주이고 ‘투자의 귀재’인 억만장자 워런 버핏도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매일 책 500페이지를 읽어보라,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지식이 담겨 있겠는가. 지식이 복리 이자처럼 쌓일 것이다.”고 말했다. 글쓴이가 평생 동안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 철학과 통찰력 등 모든 지식과 지혜가 한 권의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처럼 공들여 재배한 탐스럽고 영양 만점인 지적 과일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껏 따 먹는 까닭이다.

 

뇌의 기능과 책 읽기의 관계

뇌 과학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로 이루어졌는데 무척 가볍다. 갓 태어난 아기는 350g, 어른은 1300∼1500g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가 쓴 ‘책 읽는 뇌’에 따르면 산만하기까지 하다. 인류는 천적들로 가득한 사바나 지역에서 진화했는데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쪽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갓난아기가 한 순간도 눈동자를 가만두지 않거나 천장에 달린 모빌의 운동에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뇌의 구조는 바뀔 수 있다. 뇌에는 가소성(plasticity), 즉 주변 상황에 맞춰 그 구조를 바꾸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독서로 뇌를 진화시킬 수 있다. 뇌의 뉴런은 간접적이지만 낯선 경험을 하면 새로운 연결망을 늘리고 자주 쓰지 않는 연결망을 퇴화시키는 까닭이다.

책을 읽으면 책에 담긴 글씨와 그림에 대한 정보는 망막을 거쳐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바뀐 후에 ‘시상(Thalamus)’으로 이동한다. 시상은 간뇌에 있는 회백색 덩어리인데 후각을 제외한 시각, 청각, 촉각, 미각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부산, 광주, 속초 등 전국에서 오는 차량들이 서울로 들어오려면 거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곳이다. 그 후에 후두엽의 1차, 2차, 3차, 4차 시각피질에서 ‘색깔’, ‘선’, ‘경계’, ‘전체 윤곽’, ‘형태’, ‘색채’ 등을 따로따로 분석한 후에 두정엽의 ‘시각연합영역’에서 글자를 합쳐 단어로 바꾸는 등 후두엽에서 분석한 정보를 조립된 후에 그 옆에 위치한 여러 감각의 집합소인 ‘다중감각연합영역’으로 옮겨진다. 전두엽은 그 정보를 검색하는데 이미 기억한 정보라면 기억을 이미지나 텍스트로 불러와 강화하지만, 처음 들어온 정보라면 측두엽의 해마로 이동시킨다. 해마는 기억의 핵심인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곳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기억하는 독자가 다시 그 시를 읽으면 전두엽은 그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키며 그렇지 않으면 해마는 그 정보를 새롭게 저장하려고 한다.

 

수사 풍부한 책 읽을수록 두뇌 발달

독서는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전두엽’ 등 뇌의 모든 영역을 발달시킨다. 시각적 자극이 강해지면 후두엽이 발달하는데 ‘상상력’, ‘창의력’, ‘의사결정수준’을 높인다. 두정엽의 글자를 단어로 변환하고 그림을 결합시키는 능력도 향상시켜 지식의 수용능력을 키운다. 측두엽 해마의 기억능력도 깊게 하고 어휘력을 늘려 언어표현력을 도와준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고등사고력의 중추인 전두엽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즉 이성적이고 창조적인 논리적 판단력을 높여 자율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특히 전두엽의 안와전두엽 기능을 향상시켜 전전두엽이 변연계를 조절하게 함으로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몬스터 중 2병’ 같은 감정과잉을 통제한다.

두뇌는 다양한 단어와 은유, 비유 등의 수사가 풍부한 책을 읽을수록 발달한다. 토론토 대학의 인지심리학자인 키스 오틀라(Keith Oatley)는 “뇌는 마치 책에 나타난 상황을 실재인 것처럼 상상하여 컴퓨터의 시뮬레이션처럼 작동하도록 만들어준다.”고 연구했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의 글이나 그림을 사실로 착각하고 시각, 촉각, 후각, 운동감각 등이 반응하여 신경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가령 ‘라벤더’, ‘비누’ 등 후각과 관련된 단어를 읽으면 언어중추인 좌뇌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이나 좌뇌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 뿐 아니라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후각중추도 덩달아 활성화된다.

 

디지털 발달해도 종이책이 중요한 이유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화면정보읽기’는 독서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 화면을 바꾸어가며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대충 제트자(Z)로 빠르게 읽기 때문에 가소성의 원리에 따라 깊고 튼튼한 ‘문해력(literacy)’을 키우기 어렵다. 또한 독서의 효과는 ‘지식의 앎’에 그치지 않는다. 깊게 독서하면 몰입상태에 빠지는데 그 자신에 대해 유추적으로 성찰하고 고유한 생각을 키운다. 즉 그 효과는 산만한 뇌를 인문학적 뇌로 진화시키는데 영상학습과 비교할 수 없다.

독서의 효과를 설명하면 한도 끝도 없다. 디지털 매체가 끊없이 발달해도 ‘종이책’과 ‘독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의 아라이 노리코 교수는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에서 인공지능조차 따라오기 어려운 인간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일본정부가 국가적 프로젝트로 수행한 연구에서 AI, 도로보군은 특정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지만 그 한계는 뚜렷했다. 도로보군은 4수를 했지만 도쿄대 입학에 실패했는데 문제의 뜻을 이해하는 ‘독해력’이 크게 부족했다. 즉 고도화된 ‘딥 러닝’조차 ‘종이책’을 읽었을 때와 비교해 ‘논리적이고 종합적으로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力不足)이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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