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도권 인구 비수도권 추월 역전
신도시 건설 규제 완화 정책 잇따라
공공기관·기업·대학 지방이전 해야
수도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58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통계청이 1970년 인구통계를 낸 이후 처음 나타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역전 현상이다. 해방 이후 역대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개발 정책만 펼쳐온 폐단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수도권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지표로 삼았다.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그리고 혁신도시 조성 등 지역균형 발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 지난 2011년 수도권 인구가 처음 줄어들었다. 당시 수도권 인구 8만 명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효과가 소멸하면서 지난 2017년부터 다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있다. 2018년에는 6만 명, 지난해에는 8만3000명이 수도권으로 순 유입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 유입 인구 중 20대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도권으로 전입한 20대는 7만5593명으로, 수도권 유입 인구의 79%를 차지했다. 매년 젊은 층이 직장과 학교를 찾아 지방에서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도 매년 1만여 명에 달하는 20대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경기지역 도시는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인구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 화성시로 무려 325.9%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용인시 170.2%, 김포시 168.2%, 광주시 167.4%, 파주시 136.8%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2000년대 후반부터 신도시가 건설된 지역이거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소멸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보면 전북 11개 시·군을 비롯해 전국 97개 시·군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전국 228개 자치단체 가운데 42.5%가 소멸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꾸로 수도권 집중 대책만 내놓고 있다. 수도권 주거난 해소를 명목으로 신도시 건설만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에 3기 신도시를 건설 중이다. 결국 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쏠림현상과 인구 과밀화만 부추길 뿐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수도권 부지를 우선 배정해주는 리쇼어링 대책을 내놓았다. 수도권에 들어서는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센터에는 150억 원을 지원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유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가치나 교통 물류 정주여건 등이 나은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과제로 내걸었지만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을 석권함에 따라 수도권 유권자 눈치 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려면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미적거리는 혁신도시 시즌2를 조속히 서둘러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매듭지어야 한다. 또한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가 직장과 학교 때문인 만큼 대기업과 대학 등의 지방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수도권 공장총량제도 풀어선 안 된다. 상징적 의미에서 제2 국회나 제2 청와대를 비수도권에 세우는 것도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에서 내걸었던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 헛구호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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