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사람 수도권에만 편중 부작용 심각
지방 살리고 국토 균형발전 이루려면
공공기관·대기업·대학 강력 분산 필요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16년 만에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론’을 꺼내면서 국론의 소용돌이로 작용하고 있다. 야당 등 일각에선 수도권 부동산대책 실패 등으로 여론이 불리해지자 국면 전환용 카드라고 맞받아쳤지만 야권 내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아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2020년을 행정수도 완성의 원년으로 삼아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발족하고 대선 전에 국회와 청와대 등의 이전 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다.
국민 여론도 행정수도 이전에 우호적이다. 16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을 당시에는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젠 여론이 역전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다. 충청과 호남에선 70% 가까이 찬성했다. 대구·경북과 강원 등지에서 반대 여론이 좀 높을 뿐 수도권에서도 찬반 여론이 엇비슷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쏠림이 너무 심각하다. 국가기관과 대기업 대학 등이 모두 서울에만 집중되다 보니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 전체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수는 절반을 넘는다. 매출액 상위 100대 대기업 중 수도권에만 86%가 몰려있고 그중에서도 서울에 70%가 집중되어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과 중구 여의도에 80%가 편중됐다. 대학은 서울 88개 경기 86개 인천 12개 등 수도권에만 186개가 몰려있다. 국내 248개 대학 중 75%가 수도권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과 사람이 수도권으로만 몰린다. 매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입하는 인구 10명 중 8명이 20대다. 일자리와 취업, 학업을 위해 젊은 층이 서울로 몰려든다.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자치단체 중 97개 시·군, 42.5%가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반면 수도권은 과밀화로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에 3기 신도시를 완성하는데 총 300조 원이 소요된다고 분석한다. 엄청난 재정 낭비이자 비효율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집값은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전주 아파트 가격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당시 8천만 원만 주면 잠실 주공아파트를 샀지만 지금은 20억 원대를 웃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주택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5천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 4천조 원대에서 불과 3년 만에 1천조 원이 늘어났다. 수도권 집값,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국내 주택 시장이 양극화됐기 때문이다. 집값이 폭등함에 따라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의지가 꺾이면서 결혼과 출산포기 현상도 초래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는 첩경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박정희 정권 때에도 추진됐다. 국토방위 차원에서 1977년 7월 임시행정수도 이전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지만 10.26사태로 무산됐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적극 추진했지만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관습 헌법 위배’라는 위헌 결정으로 좌초되고 말았다.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만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든, 국민투표로 결정하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만 행정수도만 지방으로 이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이 완성될 수는 없다. 우선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재 검토 중인 100여 곳뿐만 아니라 기능과 역할에 문제가 없다면 모두 지방으로 내려보내야 한다. 특히 수도권 인구 집중 요인인 젊은 층의 유입을 해소하려면 대기업과 대학의 강력한 분산정책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어서라도 대학과 대기업이 지방에 골고루 배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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