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치권에 역량있는 중진이 없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속속 드러난다. 9명의 민주당 초 재선의원들이 당선 직후부터 유달리 원팀정신을 강조했다. 중진의원이 없어 원팀으로 하나가 돼 일사분란하게 나가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그건 한낱 미사여구로 그쳤다. 도당위원장 선거 때 초 재선간에 맞붙어 보이지 않게 선거감정이 깊게 패이면서 원팀이 산산조각났고 8.29 전당대회 때는 최고위원 선거에 당선이 기대됐던 익산 한병도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전북정치권은 숫적열세를 극복하면서 각종 현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원팀정신이 등원 때부터 나왔다. 남원서남대 폐교로 생긴 공공의대 설립문제를 비롯 군산조선소 재가동문제, 제3금융중심지 지정, 새만금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이 문제들은 20대부터 내려온 현안이어서 특정의원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러나 9명 의원이 합심협력해도 될까 말까 했는데 모두가 당내 선거 때 각개약진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후보 때는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자신만만하지만 막상 국회에 입성하고 나면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쳐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국회는 사실상 여야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실력자 몇 사람이 좌지우지한다. 특히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위원장과 간사를 맡거나 전문성이 없으면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176석의 거대여당인 민주당에서 전북의원 9명은 첫 당직인선 때부터 존재감이 없어 논외였다. 군산 신영대의원이 대변인과 정읍 고창 윤준병의원이 전국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부의장으로 선출된 것 외에는 없었다. 원내에선 재선인 안호영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로 한병도의원이 행정자치위원회 간사로 도당위원장을 맡은 김성주의원이 보건복지위 간사를 맡은 게 전부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선출돼 당을 장악한 광주 전남과 비교가 안된다.
권력구도상 이낙연 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와의 정치적 관계가 밀접해야 어느정도 힘을 발휘할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아 힘든 구조다. 사실상 같은 운동권 출신이어도 6.29를 전후해서 어디서 어떤 민주화 운동을 했느냐가 계급장을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도내 운동권 출신들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범친문계에 속해도 육두품 품계를 적용하면 한참 후순위로 처진다. 이 것만 봐도 도내 국회의원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더 걱정스런 것은 지방의원들까지 최고위원을 만들자고 성명까지 발표해놓고 정작 최고위원 선거 때 딴전을 핀 게 모순이었다. 한 의원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탓이 컸지만 원팀이 안된 게 문제였다.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으로 기소된 한 의원을 밀어줘봤자 본인들한테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권리당원이 3번째로 많아 기대감이 컸지만 표 결집이 안돼 좋은 기회를 놓쳤다. 다른 지역 같았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도내 의원들이 선수(選數)를 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가 복잡해 선후배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초선이 정치력에서 재선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끼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서로 존중하는 관계 보다는 개긴도긴 정도로 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같은 의식이 팽배해졌다. 앞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두고 간극이 더 벌어질 공산이 커 자칫 전북정치권이 콩가루집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실 전북몫 확보는 대선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당정 청와대 관계가 긴밀해야 가능한데 그게 걱정이다.
총선때 민주당 싹쓸이로 끝났으나 우려했던 게 하나씩 드러난다. 너무 의원들의 정치력이 하향평준화 돼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란게 문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국가예산확보와 현안해결이 걱정스럽다. 전문성과 기질이 부족해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더 힘들어졌다. 지금은 원팀정신을 회복하는 게 상책이다. 그간 전북은 능력과 인물 위주의 선거 보다는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선거를 하다보니까 부작용이 컸다. 여기에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대통령중심제가 오히려 지역을 힘들게 만들었다. 아무튼 전북 정치권의 역량이 부족한 탓에 도정을 맡은 송하진 지사의 어깨만 더 무거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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