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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미영(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또래들과의 놀이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서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며 타인을 인식하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 시대에 아이들에게 원격교육,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은 친구, 이웃,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해가야 할 성장기 아이들에겐 적신호라서 걱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인터뷰기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자신의 독일 유학 중 수업 시간에 놀란 적이 있는데, 단테를 아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자신도 아는 ‘단테의 신곡’을 학생들 대다수가 모른다고 해서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학생들이 ‘안다’고 하는 것은 자신처럼 제목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해서 읽어보고 살펴보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가 되어야 ‘안다’고 표현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깊이 호흡하고 사고하며, 되씹어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이 독서이다. 다독 위주, 상식위주, 자기만족적인 책읽기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책을 선정해 같이 읽고 함께 얘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기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학교에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학교의 독서교육은 평가 체제, 대학입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부모의 평가 불신으로 인한 서술형 문제 출제의 어려움, 사교육비 문제와 교육양극화로 입시에서 서술형, 논술고사가 사라져가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기르는 논술형 교육과정으로 IB(국제바칼로레아)를 공교육에 도입한 이후 현재 약 200여개 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준비해야 할 미래교육의 방향에서 보면 전국의 학생들이 동일한 EBS강의로 똑같이 학습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단답형 정답만을 구하는 학습이 아닌 교사들의 다양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학생 개인별 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학습콘텐츠를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행정지원과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자신의 삶과 연결된 생태적 교육으로 협동학습을 하면서 지식과 생각이 깊어지면 아이들은 학습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 자신의 삶과 분리된 교과서 중심의 학습은 배움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삶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2018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71개 대상국가 중 65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은 격렬한 대입을 치르고 나면 손을 놓는다. 이러한 결과는 2013년 발표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역량은 청년층(16~24세)에서는 평균보다 높으나 이후세대(25세~65세)에서는 OECD 평균이하로 떨어지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커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미래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자기주도적인 평생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조용한 교육혁명,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미영(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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