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던 자녀들을 자퇴시키고 자기 집 차고를 리모델링해서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별을 향해)’라는 학교를 세웠다. 그는 지식과 정보는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으나 윤리적 선택, 사회적 가치 판단은 인공지능에게 넘길 수 없으니 민주시민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하였다. 그것이 그가 학교를 세운 이유였다.
민주시민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초·중·고교를 거치면서 민주시민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근육을 길러야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착하게 살자’와 같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체험과 실천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민주시민의 힘과 가치를 깨우치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참여’일 것이다.
첫째,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을 참여시켜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학생은 빠져 있다. 왜인가?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보지 않고 교육의 대상(피교육생)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민주적이다. 비민주적인 구조를 만들어놓고 민주시민교육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학생을 교사, 학부모와 동등한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학생을 참여시키고 학생이 스스로 그 주체임을 깨닫게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다.
둘째, 학교가 학생자치의 실질적인 실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간 학생자치 예산은 체육대회나 축제 등 기존의 학생관련 예산을 중심으로 학교 기본 운영비의 1%를 편성하여 담당 교사의 지도·감독하에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학생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예산을 배정하고, 독립적인 운용 권한을 주어 학생회 책임하에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수업에서 민주시민교육을 녹여내야 한다. 민주시민의 자질은 질문과 토론,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질문하는 능력’, ‘사유하는 힘’을 기르려면 ‘질문과 토론이 있는 수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실이 사회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교실은 우리 사회의 현안과 소통해야 한다. 사회 현안과 연계해서 그 이슈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사유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간혹 학문적,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가치 판단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지적이 일곤 한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의 양식, 판단력, 자정력을 믿는 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1976년 독일의 이른바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현실정치에서 논쟁적인 내용을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이미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치와 연대, 소통과 협력이라는 민주적 풍토 속에서 성장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민주적으로 생활하며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롭게 열린 2021학년도는 민주시민교육이 교육현장에서 뿌리내리고 꽃피우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이사장은 현재 군산대 석좌교수로, 노무현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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