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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건전한 실패 용인하는 도전적 기업문화 만들고 싶어"

최고경영자(CEO).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꿈꿨던 자리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꿈은 흐려진다. 꿈은 고사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설사 꿈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도 치열한 내부 경쟁을 견뎌내기는 힘들다. 태반이 중도에 탈락한다. 꿈을 이룬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강만(58·장수·사진) 한화에스테이트 대표이사.

그는 지난해 9월, 신입 사원 시절에 꾸었던 꿈을 이뤘다. 영업 사원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 곳곳을 누비는 것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30여년 만이다.

고비도 있었다. 그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영업과 끊임없는 자기계발, 그리고 주위와 함께 하는 나눔과 배려 등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했다. 물론, 행운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를 서울 63빌딩에 위치한 대표이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 먼저, 한화에스테이트가 어떤 회사인지.

“이름 그대로 Real Estate, 즉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입니다. 오피스빌딩, 데이터센터, 물류창고, 백화점, 연구소 등 전국 110여개 건물의 자산관리와 부동산 임대차 및 투자 컨설팅, 건축, 보안,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영위하는 ‘부동산 종합서비스 전문기업’이라고 하겠습니다.”

 

- 일반적인 건물 관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죠. 건물에 어느 업종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듯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고민합니다. 건물 개보수나 증축, 그리고 인근에 위치한 지하철과 건물을 연결하는 진입로 개설 등을 통해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도 합니다.”

 

-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저희 회사가 운영하는 사업 분야 중 부동산 시설관리 시장은 지난 4~5년간 약 130%,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은 약 226% 성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화 사업 분야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따라 국내 역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한국판 그린 뉴딜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짐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재임 기간 동안의 목표는.

“먼저, 사업 전 분야에 걸친 자율 안전문화 시스템 구축과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 품질 제고,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그린뉴딜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그룹 부동산을 주로 관리했기 때문에 외부 영업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향후 외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3년이내에 외부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건전한 실패는 용인하는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 대기업 임원을 거쳐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고비도 있었죠. 그렇지만 직장 생활 대부분 훌륭한 상사를 모시고 일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부장이 될 때까지는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임원이 된 이후에는 대내적이든 대외적이든 사람 관계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육성해주는 그런 분들이었지요. 지나친 겸손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능력에 비해 늘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사람 관계’를 강조하셨는데.

“저는 모든 관계 중에서 사람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하우(Know How)가 아닌 노후(Know Who)’입니다. 폭넓은 경영을 위해선 네트워킹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 인적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축하셨는지.

“평소에 회사 직원은 물론 동종업계 직원, 그리고 을의 입장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지는 않습니다. 내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 진정성을 갖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신입 사원 때부터 영업을 했고, 그 기간도 짧지 않았는데요.

“제가 자원했습니다. 당시 베어링을 제조·판매하는 계열사에 배치됐는데, 해외 수주하는 게 재미가 있어 매일 밤 10시까지 일했죠.

처음에는 동남아를 담당했는데, 실적이 좋아 유럽에 이어 메인인 미국 시장도 맡았죠. 해외 영업 5년 후에는 국내 영업을 7년 했는데,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장사가 쉽다고 생각될 정도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 자신만의 비법이 있습니까.

“영업의 기본은 진정성이라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고객을 현혹시켜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내 물건이 좀 부족하다면 그걸 솔직히 이야기 하고 나서 설득을 해야지요. 미래를 보고 해야 합니다.”

 

- 영업이 쉽지 않은 분야인데, 적성에는 맞았습니까.

“의외로 영업이 저에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나한테 ‘끼가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업은 ‘내가 가지고 있느 상품이나 제품, 서비스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회사의 대외협력업무와도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그룹에서 저에게 대외협력업무를 많이 맡긴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 계열사 보다는 경영기획실 비롯해 그룹에서 근무한 기간이 긴 편인데요.

“보통 2∼3년 정도하는데 저는 조금 오래한 편이죠.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그룹내 호남 출신이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제가 지역적으로 연고가 있어 2000년께 그룹 경영기획실(당시 구조조정본부)로 발령이 났죠. 그 곳에서 8년간 근무하고 임원 승진 후 한화손해보험으로 옮겼다가 2014년에 복귀해 지난해까지 6년 간 그룹에서 근무했습니다.”

 

-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전북의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은.

“아들녀석이 괜히 희망고문하지 말라고 옆구리를 찔러 대서 조심스럽습니다만, 제가 전북에서도 산골인 장수 번암에서 태어나 초등과 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늘 강조했듯이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염두에 뒀으면 합니다. 내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든 일들이 결국에는 잘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되, 그러나 현실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자세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미래를 좀더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5년 후 또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한번 글로 써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매일 쳐다봤으면 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중간 중간 난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표지점을 뚜렷이 정해 놓으면 이러한 것들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또한 인생이 아닐까요?”

 

-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가입을 비롯해 사회공헌 활동이 상당한데, 연유가 있습니까.

“몇 년 전 ’신과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전북일보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어린 시절 동생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살려달라고 빌면서 신께 약속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유는 주위에 많은 분들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저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한화그룹에서는 대다수의 임직원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그룹 최고경영자의 철학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은 결과로 생각합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룹 최고경영자께서 많은 선행을 하고 계시니 저도 당연히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은 회사에서 행하는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회비를 걷어서 정기적으로 하고 있구요, 그동안 진행해온 것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내에 아예 사단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지인인 장덕흠 사장과 어울리다 결심했는데, 기왕이면 고향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전주에 직접 연락해서 가입한 것입니다. 덕분에 김제출신 효녀가수 현숙 등 국내 수많은 훌륭하신 분들과 교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지요.”

(그는 2016년,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전북지역 직장인 회원이 됐다.)

 

- 대기업의 시각에서 바라본 새만금의 가능성, 어느 정도입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이야 무궁무진하지요. 다만 그 가능성을 국내 산업이나 전북 발전과 어떻게 연결해 구체화하느냐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그림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 삽을 뜬지 30년, 준공된 지 10년이 더 지났는데도 이상적인 그림만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일단 조금씩이라도 채워지고 사람들이 모여들어야 해외 투자도 들어오고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수상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것은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강만 대표이사는

△ '각별한 나눔과 배려… 다양한 나눔 활동 실천'

1963년 장수 번암 출생. 장수 번암중-전주고-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88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손해보험 법인마케팅담당·법인영업부문장과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 계열사인 한화에스테이트 대표에 취임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홍익대 경영학 석사,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등을 수료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다. 서비스 마인드와 조직관리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나눔과 배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각별하다.

재경 장수 출신 모임인 벽계포럼 회원들과 함께 형편이 어려운 고향 후배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전북지역 회원에 가입하는 등 다양한 나눔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또 그룹에서 시행하는 봉사활동은 물론 직원 승진과 수상 기념, 직급별 단합 등 각종 명분으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엔 ‘미담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생각에 3년 동안 숨은 선행자들을 발굴해 매주 블로그에 올린 글과 전북일보 칼럼을 묶어 ‘미생(美生)이야기-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이란 책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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