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안전’은 평범한 일상에서나 또는 특정의 사업장에서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필수의 인식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그래서 각종 분야에서 안전에 대한 법령을 만들어 강제성을 띠며 준수토록 하고 있으며 위반 시 그에 상응하는 계도나 처벌을 규정한다. 하지만 유독 산업계에 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은 안전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의무를 부여하고 그에 대해 세계 최고의 책임을 묻고 있어 법 취지에 의아함이 들며, 곱씹어 볼수록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법 조항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건설사업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여기는 내용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지치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 촉구 긴급간담회’를 열고 해당법의 보완을 정부와 정치권에 건의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은 볼수록 맹점 투성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동일한 범죄구성 요건을 규정하면서도 형량만 대폭 강화하여 건설사업자를 마치 협박이라도 하는 듯 하다. 중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게 마땅하나, 중대재해 개념을 ‘1명 이상 사망’으로 과하게 규정해 성실히 사업을 이어오던 건설사업자가 하루 아침에 범법자로 낙인 찍힐 수도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위축되고 경직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작업 진행에 악영향을 끼치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경영책임자의 정의도 모호하지만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도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명확하다.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한 둘이 아니다. 또 ‘관리상의 조치’라고 했는데, 그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 지 개념 자체가 막연하여 이에 따른 해석상의 차이로 경영책임자 의무가 무한대로 확장될 소지가 다분하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나 호주의 형법·산업안전보건법을 모델로 한 우리나라의 중대재해법은 중과실에 한해 처벌하면서 ‘상한형’을 규정하고 있는 영국이나 호주와는 달리 범죄 성립 조건은 쉽도록 해놓고 1년 이상 징역형의 ‘하한형’으로 규정하는 등 형량이 높다.
건설사업자들은 이처럼 너무나 과하게 제한하며 강력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을 존폐의 기로에서 고민을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애매하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데다, 형량은 세계 최고로 높아 건설사업자들은 막연한 불안함에 떨게 되었다. 이에 불확실성을 털고 건설사업자들이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법의 보완 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관계당국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놓을 수 있으며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건설산업을 보다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법 보완에 대한 건설업계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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