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여 년이 되어간다.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 의원의 일부는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뛰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나름 열심히 뛴 것이다. 하지만 지방 자치는 여전히 허울뿐이어서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예산 권력이 중앙 정부의 손에 있어 지역은 지속적으로 낙후되고 이를 이유로 예산과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배제되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 집중이 더욱 강화되어 권위주의 정권 때 집중 투자로 재미를 본 영남권조차 수도권의 빨대 효과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하물며 60년대부터 희생만 강요당하고 끊임없는 이탈이 강제되어온 전북은 영남과 수도권의 이중 수탈로 신음해왔고 최근에는 거대 메가시티 논의에서도 소외되고 향후 10년 국가기간망 철도 사업 발표에서 거의 배제되었다. 얼마 전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전북의 경쟁력 지수가 17개 시. 도에서 꼴등이었고 여타 지표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서울과 중앙 정부만을 해바라기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광주권과 대전권으로 흡수되며 존립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북의 10개 지자체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발표되는 것에서 짐작하듯이 인구 유출과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스스로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분석하면서 대안을 내오지 않으면 전북 몫 찾기는 위기 무마용이고 도리어 전북의 소멸이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북의 지방 자치 30여 년의 역사에서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사업성과를 낸 것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대를 앞서갔던 ‘자연의 나라 무주’, ‘완주의 로컬푸드’와 ‘지역 교육과 공동체 강화’, 비록 실패했지만 ‘전주·완주 통합 시도’ ‘전주 한옥마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사업성과와 정착을 위해 힘들면서도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뛴 공무원들과 지역민들이 많았다. 반면에 청주공항보다도 앞섰던 김제 공항을 막판에 스스로 포기한 어이없는 일. 시대착오적인 전주 완주 통합 반대. KTX 익산역 등은 대의를 저버리고 소지역주의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지역 주민을 호도하며 전북 발전의 걸림돌이 된 사례들도 있다. 사람과 물류의 이동과 소통의 핵심인 공항과 항만, 철도와 도로 없이 지역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사회간접자본은 당장도 필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투자되어야 한다.
이제 과거의 관성과 타성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서울과 중앙정부만 바라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대선을 비롯한 선거 때 공약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거의 대부분 립서비스이거나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전환 요구와 더불어 지자체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시대에 조응하고, 미래 지향적인 아이디어와 의제를 발굴하여 매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먹거리와 신산업의 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허울 뿐인 외자 유치나 대기업의 투자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강소 사업을 위한 집중 투자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모범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로컬 푸드나 한옥 마을처럼 성공 사례를 만들어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투자 가 알아서 따라오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 사고와 도전 정신, 열린 자세이다. 이번 대선과 지방 선거 때는 우리 스스로 제시한 이슈와 의제들이 넘쳐나고 전북 발전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고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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