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동화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많이 읽어라.’ 아마 이 말은 동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박상재 작가 또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일을 꾸준히 실천해야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상재 작가는 전북 장수 출신으로, 순창군에서 처음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 ‘천방지축 오찰방’은 그가 자라난 곳, 장수군 계북 초등학교가 동화 속 참샘 초등학교가 그 모델이 되었다. 그렇다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야 할까보다. 많이 경험하는 것, 작가의 경험이 좋은 배경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는 곳간에 모아둔 귀한 씨앗과도 같다.
박상재 작가의 많은 작품 중에는 ‘아바타 나영일’이란 저학년 인성동화가 있다. 동화 속 나영일은 집에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나 소풍을 가서도 엄마의 지시를 받는다. 나영일, 스스로 결정해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영일은 일기를 쓰고, 엄마가 그것을 읽는다. 그리고 어이없게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준다. 누구의 일기인지 알 수 없다. 나의 첫 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의 주인공 ‘레오’는 나영일과 비교하면 혁명을 일으켰다. ‘내 길은 내가 갈 거야.’라고….
어느 날 영일이네 반은 실내 스케이트장에 가게 된다. 엄마는 전에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준다는 아빠를 위험하다는 이유로 포기시킨 적이 있었다. 막상 느닷없이 스케이트를 타려니 두려운 영일에게 민수가 다가와 스케이트 신는 것을 도와주며 말한다.
“영일아, 무서워하지 마. 엉덩방아 몇 번 찧을 생각하면 돼. 넘어져도 아프지 않아.”
‘아이가 어른보다 낫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체험을 말리는 엄마 탓으로 엄마가 없으면 모든 게 두려워지는 영일이다. 그런 순간 ‘영일아! 두려워하지 마.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겪어봐!’라며 친구 곁에 지켜준다. 그럼에도 벌벌 떠는 영일이를 보고 민수는 “야, 나영일. 네가 스스로 해 봐. 난 몰라!”하며 영일이 손을 뿌리치고 가버린다.
민수는 볼모지에 친구를 버리고 간 것이 아니다. 스스로 부딪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 스스로 해 봐!’라고. 그때부터 영일이는 한 발, 한 발 스스로 내딛기 시작하고, ‘나의 결정’이란 의미를 찾아간다. 자신의 과오를 너무 빨리 깨닫는 엄마를 보며 급속결말에 웃음이 나오지만 요즘 아이들이 반드시 직면해야 할 소재를 다룬 동화다.
이밖에 박상재 작가는 도깨비, 장승, 솟대, 허수아비, 고무신, 도자기 등을 문화를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썼다. 틈만 나면 동화의 글감이 될 만한 소재를 찾기 위해 각종 매체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글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작가들 모두의 공통과제다.
동화의 독자는 어린이다. 하지만 ‘아바타 나영일’은 읽을 필요가 있는 어른들이 많다. 아이들을 조정하려는 부모, 어쩌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동화의 이점을 볼 수 있다. 박상재 작가의 ‘아바타 나영일’을 통해 세상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사유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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