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농업직불제는 정부가 재정으로 개별 농업인에게 직접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으로 EU,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농정의 핵심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초기에는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를 보전하는 직불제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생태·환경보전, 아름다운 경관 제공 등 농업생산 활동으로 창출되는 공익적 기능을 보상하는 직불제(공익직불제)로 진화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경영이양직불제를 처음 도입한 이후 친환경농업직불제, 쌀소득보전직불제, 밭농업직불제, 조건불리직불제 등 9개의 직불제를 시행해오면서 직불제를 농업·농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도 중·소 농가의 소득안정과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편하여 공익직불제가 시행되었다. 공익직불제 개편은 단순히 기존 직불제의 문제점 개선을 넘어 국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가치 평가, 그리고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선진 농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농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공익직불제 시행 후 직불금 지급액이 전반적으로 상향되어 그동안 문제점으로 제기되어 오던 쌀 편중 현상 완화 및 농지 규모와 작목 간의 형평성 제고, 그리고 중·소농 소득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익직불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8%가 공익직불제가 공익증진에 ‘기여한다’고 응답하여 공익직불제의 공익증진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익직불제의 영농활동 기여도에 대해서는 90.2%가 영농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여 전반적으로 기본직불제에 대한 공익증진 및 영농활동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사각지대의 해소와 선택직불제 확대 등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이다. 공익직불제 중 기본직불제는 과거 지급 실적 요건을 새롭게 추가함으로써 과거에 불가피한 사유로 지급 대상에서 소외되었던 실경작자들이 또 다시 소외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또한, 선택직불제는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고 기존 직불제를 그대로 승계함으로써 공익증진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농업인과 실경작자를 판단하는 제도적 측면에서도 부재지주의 직불금 수령과 음성적 농지임대차 문제 해결에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직불금의 상호준수의무도 17개로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 농업인 준수의무 강화에 따른 안정적 이행 기반 구축, 그리고 절반에 달하는 고령농업인에 대한 배려 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공익직불제가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농정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사각지대에 놓인 농업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방안 마련, 실경작자가 직불금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제도적 보완,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직불제 프로그램의 설계를 통한 선택직불제 확충, 그리고 이를 위한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익직불제 취지에 맞는 정책 성과 및 지표 도출 등 성과관리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익직불금 지급 및 예산 확대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국민적 지지를 통해 공익직불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구현을 위한 핵심적인 마중물 역할을 기대해본다. /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정재호 본부장은 농협중앙회·농협은행 인사부장과 농협중앙회 무주군지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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