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하찮게 생각했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가족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하고,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귀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려움을 겪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라야 작가가 쓴 동화 『미확인 바이러스』에도 위기에 봉착한 건우네 가족이 나온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하고 시시했다. 어느 날 아빠가 자신의 손톱과 발톱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건망증이라고 무시하던 엄마도 2년 전에 손질한 머리가 그대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나와 형은 살이 딱딱해지면서 움직일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나고 몸이 굳어가는 상황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했지만 신종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진화론과 퇴화론 논쟁이 겹치더니 결국 가족들이 각각 격리되기까지 한다.
유일하게 증상이 없는 건우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친구 재이와 함께 그 원인을 찾아 나선다. 해답은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각자의 물건을 담아놓은 상자 안에 있었다. 건우는 일기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찾아내고 사진을 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결국 엄마는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 즐거움을 자신의 성공과 맞바꾼 스스로가 어리석었다고 후회하고, 아빠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가족을 사랑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함께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10분 미만일 정도로 대화가 거의 없고, 밥도 따로따로 먹었던 건우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바이러스’라고 말한다.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서로에게 행복이라는 큰 에너지를 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품 속 건우네 가족의 문제는 어쩌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모두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일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일들이 오히려 그것에서 더 멀어져가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닫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로>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 <책 깎는 소년> ,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 , <설왕국의 네 아이> , <바느질은 내가 최고야> 가 있다. <책 깎는 소년> 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 는 2020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으랏차차> 책> 바느질은> 설왕국의> 으랏차차> 책> 내멋대로> 마음을> 으랏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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