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 부사장 주필
올해로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30년이 지났다.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지만 전북은 사람과 돈이 모이지 않는 낙후의 대명사가 되었다. 노태우·김대중대통령간 정치적 협약에 따라 착수한 새만금사업도 대통령이 7명이나 바뀌었지만 아직도 개발예정지가 물바다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매립과 동서·남북 도로건설로 속도감을 내는 듯 하지만 아직도 하대명년이다. 일부 도민들은 새만금에 기껏 태양광단지나 만드는게 말이나 되느냐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수도권 팽창으로 충청권까지 개발이득을 직 간접적으로 보지만 전북은 입김도 못 쐬고 있다. 왜 전북이 이 모양 이꼴이 됐을까. 가장 고질적인 병폐는 존재감 없는 정치권의 무능력 탓이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모두가 입신양명하려고 재선하는데만 몰두한 탓이 크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다. 전북은 30년 이상 특정정당을 밀어주는 일당독식구조가 계속 이어진 게 악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다. 그러나 단체장이나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같은 당 일색이어서 문제가 의외로 심각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만 형성돼다 보니까 짬짜미가 보통이 아니다. 집행부와 지방의회가 이런식으로 가다보니까 모든 게 한통속이 돼버렸다.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기는 커녕 집행부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 자질부족으로 심지어 행정사무감사때도 구렁이 담넘어 가듯 성과를 못내고 집행부의 방호벽을 쌓아주면서 단체장 장학생 역할을 한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의원이랍시고 나분대면서 이권개입에 몰입,사법처리 당해 불명예 퇴진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민주당 일색으로 정치판이 굴러가면서 각종 병리현상만 키워갔지만 공천만 받으면 또 찍어 주는 구조가 반복, 도로아미타불로 그치고 있다.
지금 전북은 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 · 군의원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일색이다. 익산, 무주, 임실 고창 4곳 단체장이 무소속이고 39명의 도의원 중 36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14개 시 · 군 기초의회도 민주당 일색으로 똑같다. 민주당이 도의회와 시군의회를 계속 장악했지만 유권자가 지지해준 만큼 크게 나아진 게 없다. 다른 시도 지방의회는 국가의 SOC구축 계획에서 지역이 불이익 받으면 국회의원을 필두로 중앙정치권을 향해 난리법석을 떨지만 전북은 방안퉁수처럼 불평 한마디 없다.
전북정치가 경쟁원리가 멈춘지 오래되었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가 고착화 돼 너 나 할 것 없이 민주당쪽으로 줄서서 공천 받는데만 신경 쓴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만 반짝 당원모집에 열 올릴뿐 평시에는 집행부를 향해 자료나 요구하면서 개회 때마다 5분발언을 통해 인기성 발언이나 하는 것에 더 신경쓰는 눈치다. 일부 의원은 민원 해결해주는 것이 의원 임무인 양 착각하고 사건브로커란 말까지 듣고 있다.
내년 대·지선을 앞두고 변화의 조짐이 안 보인다. 종전같이 민주당 일색으로 갈 공산이 짙다. 상당수 도민들도 민주당 지지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다. 10명의 국회의원 중 8명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안보인다. 변변한 당직 하나 맡지 못하고 대선 선대위 구성 때 1차때는 못 들어가고 2차 때나 구색맞추기식으로 들어갈 정도다. 이들은 선수가 낮고 전문성이 떨어져 들러리나 서고 있다. 국가예산 확보 때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결정적으로 도움을 줬을 뿐 나머지 의원은 큰 도움이 안됐다.
그간 전북은 호남이란 테두리에 갇혀 광주 전남 예산 확보에 많은 도움을 줬다. 파이를 키우는데 들러리 역할만 했을 뿐 군산조선소 재가동 같은 전북현안 해결은 못했다. 그간 다른 지역은 정권이 바뀌는 동안 상전벽해를 이룰 정도로 발전했다. 이런 판에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논할 게 아니라 우선 도민들이 정치판을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특정정당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일은 바보짓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충청도처럼 경쟁구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전북에서 역량있는 정치인이 나와야 지역이 무시 당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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