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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크로키 - 박순호

자리에 앉자마자 허물어진다

기댈 곳을 찾는 머리는

허공이 벌린 아가리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즐거움을 모르는 엉덩이는 들썩들썩

지하철 창가에 휙,휙

덩어리진 어둠이 풀어진다

그러는 사이

마주 보는 고통처럼 창문이 겹친다

곁가지에서 삐져나오는 통증이 포개지고

묘사할 수 없는 시침이 사방으로 튄다

수첩에 놓아둔 방점들이 또르르 바닥을 구른다

팔뚝에는 핏물로 굳어진 검붉은 움막 한 채

미처 지우지 못하고 나온 밥상은

어두워져도 다리를 접지 못한다

첫차는 엄숙하면서도 냉정하게

정해진 시간을 엄수한다

△아침 밥상을 치울 시간조차 없이 출근한 하루는 온통 어둠이다. 지하철 “자리에 앉자마자” 온몸은 “허물어진다”. 창밖으로 “덩어리진 어둠”들이 지나가고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지하철과 교행할 때는 서로의 고통이 겹친다. 생활전선에서 얻은 팔뚝의 피딱지는 가난한 움막 한 채, 기다려주지 않고 “엄숙하면서도 냉정하게” 첫차는 출발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짧은 시간에 스쳐 가는 것들을 스케치한 풍경이 읽는 순간 저릿하다. <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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